매연「버스」를 이대로 둘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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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문지상과 TV화면에 자주 등장하는 매연차량의 사진들(본보 10월28일자 보도)조차 이제는 다반사로 여겨질 만큼 시민들이 공해에 둔감해졌다고 생각한다면 큰 잘못이다.
더러워진 공기는 결코 당국의 무성의한 공해행정에 체념하고 있는 시민들의 폐속으로만 스며들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유독성분으로 가득 찬 그 공기는 조만간 온누리에 퍼져 매연을 뿜어낸 장본인들인 「버스」업자나 이들을 음양으로 감싸주는데만 급급한 것 같은 인상을 주고있는 일부 관리들, 그리고 예산타령만 늘어놓는 운수행정부처의 관계자들까지도 모두 들여 마시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설사 국민의료보험이 1백% 완벽한 처지라해도 이처럼 안하무인으로 검은 연기를 뿜어내는 차량이 시내를 질주하도록 방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매연차량의 방치가 서울의 인구분산을 위한 궁여지책의 하나가 아니라면, 어떻게 해서 매연차량은 날이 갈수록 이처럼 늘어만 가고 있는가. 그리고 어째서 단속 실적은 오히려 줄어들고만 있는가.
서울의 아황산「개스」가 이미 6년전에 안전기준치를 훨씬 초과한 것으로 조사되었던 교통전문가의 보고와 아직도 기준미달이라고 강변하고있는 당국의 주장사이에 나타난 격차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모든 의문에 대한 해답이 단 한마디 공해방지의 이상과 현실론으로 귀착될 수 있다고는 결코 생각되지 않는다.
물론 도시화의 진전이 공해도의 상승과 밀접하게 연관되어온 외국의 경험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류의 경험은 우리의 사전예방을 위한 노력을 한층 강화하라는 경고는 될 망정 속수무책의 구실로 이용되어서는 안될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대기오염방지의 실제가 여러가지 난제를 포함하고있음은 얼른 짐작이 가는 일이다.
공업화의 상징이나 되는 것처럼 마냥 늘어나는 자동차의 홍수나 사전에 적절히 규제되지 못한 채, 질서 없이 들어서 버린 주거지역공장들은 환경보호의 노력만으로는 대처하기 어려운 문제들일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의 행정력만으로 해결하기 힘들 이런 문제들은 더 근원적으로 산업정책의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사항들이다.
공해방지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의 발전도 많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겪지 않으면 안될 장기적인 과제일 것이다. 이런 문제들은 모두 우리의 성장지향이나 개발정책의 가치관과 결부되고있으므로 부단히 연구, 논의되어야 할 요소들이다.
따라서 당면한 공해방지는 우선 단기적으로라도 대처가 가능한 부분부터 서둘러 착수하는 것이 최선의 방도일 것이다.
매연차량만 하더라도 약간의 행정력과 추가적인 예산만 배정한다면 얼마든지 단속의 실효를 높일 수 있는 부문이다. 여타의 공해처럼 그 방지에 막대한 투자수요를 유발하지도 않는 매연단속은 법적 뒷받침의 유무가 문제가 아니라 행정의 지속성과 강도가 문제일 뿐이다.
일부의 주장대로 운수업계의 영세성이 시설대체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공익사업을 내세운 업계의 변명이라면 몰라도 행정당국이 매연단속을 외면하는 이유로는 적절하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시설개선이나 정비강화조차 감당할 수 없는 업자들에게는 애당초 운수업면허를 내주지 않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장기적인 「비전」을 가진 행정당국이라면 벌써 수십년째 모든 도시공해문제의 근원이 되어온 대중교통수단의 공영화 내지 대기업화 문제를 이 이상 천연 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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