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가격정책에 문젯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쇠고기 값이 또 8%나 올랐다. 쇠고기 판매는 종래 6백g 한근을 거래단위로 삼던 것을 알기 쉽게 한다고 이번에 5백g으로 단위를 고쳤다. 단위가 낮아졌으므로 쉬고기 값도 종래 6백g당 1천원에서 같은 비율로 인하, 5백g당 8백30원을 받으면 되는 것인데 정육업자들은 이 기회를 놓칠세라 5백g당 9백원으로 값을 올려버린 것이다.
이 같은 사태에 대해 물가당국인 경제기획원은 지난 23일 물가대책회의를 열고 즉시 8백30원선으로 환원시킬 것을 서울시에 지시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육점은 계속 5백g당 9백원의 인상된 값을 받고 있어 결국 소비자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
뿐만 아니라 쇠고기 가격은 74년 10월이래 협정가격에서 풀려 시장수급상황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자유시장가격제로 되어 있어 가격을 인하하라고 지시한 물가대책회의의 결정 자체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시 당국자는 쇠고기 값이 자유가격이기 때문에 직접 규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정육점에 대한 위생감사권을 갖고 있는 보건소로 하여금 가격을 인하토록 했다고 밝히고 업자들이 가격을 올려 받는 경우 관할 보건소나 세무서에 신고해 줄 것을 요망했다.
쇠고기 값을 자유가격제로 한 것은 지난 가을 사료파동으로 육류가격이 내릴 때 취한 조치인데 가격이 계속 오를 때도 새로운 대책을 강구치 않음으로써 결국 보건소로 하여금 물가를 단속시키는 「난센스」를 빚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쇠고기 값 상승을 생우 값과 비교해보면 74년 2월 생우 1마리(3백50㎏ 기준) 18만2천2백원이던 것이 지난 9월에는 20만2천1백원으로 10.3%가 오른데 비해 같은 기간중 쇠고기 값은 7백원에서 1천원으로 42.8%나 오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쇠고기 가격정책에 적지 않은 문젯점이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