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고뇌해결에 눈돌리는 불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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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현대불교는 하나의 완성된 인간학의 자세에서 불타의 근본 가르침을 찾아 종단을 위한 종교가 아닌, 인간생활과 유리되지 않는 「인간의 종교」가 되자는 자각의 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이리 원광대 종교문제연구소(소장 유병덕)는 25, 26일 한·일 불교학자 30여명이 참가한 한·일 불교학학술회의(주제 『불교와 인간의 문제』)를 갖고 현대인류사회가 안고있는 공해, 자원, 인구문제 등의 인간고뇌들을 해결하는데 현대불교가 기여할 수 있는 길을 모색했다. 다음은 송천은 교수(원광대)와 「다까하시」(고교홍차·일본경도불교대)교수의 주제발표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불교에 있어서의 인간의 자유>
송천은=불교는 인도 사성제도에의 타파를 강조하며 차별은 사성이 아닌 각자의 행위에 따라 결정되는 것임을 일깨웠던 인간의 자유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 종교의 하나다.
불교의 자유관은 부당한 사회적 압제에 대한 항거 등과 같은 역사적·표면적 자유보다는 초월적·내면적인 자유를 중시한다. 불교의 자유는 흔히 널리 알려진 「열반」과도 상통하는 해탈로써 표현된다.
다만 불교에서의 해탈이 불합리한 구속에의 항거와 같은 실천적·사회적 자유 등의 모든 자유를 포함한 것이라고까지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불교는 단순한 필연성이나 신에의 의존·우연의 입장이 아니고 현실개조적·자율적·인연론적 입장에 서있음을 명백히 하고있다.
불교적 자유의 기반인 해탈을 제약하는 것은 무명과 탐욕 등의 내적요소인 것이다. 따라서 인간을 부자유하게 만드는 장애물이요 구속인 고통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밟아야될 것이 해탈인 것이며 이를 요강식으로 말하면 「계」 「정」 「혜」의 3학이다. 3학은 팔정도와 함께 열반인 멸의 성취를 위한 불고불락을 실천개념으로 한 중도의 성격을 갖고 있다. 중도의 개념인 진공·원만·정당의 의미는 바로 불교적 자유추구의 도인 것이다.
초월에 고멸의 자유로운 해탈경을 두고있는 불교의 자유실현의 길은 심리적 자유(정), 지적자유(혜), 행동적 자유(계)로 요약할 수 있다.
가장 근원적인 자유인 심리적 자유는 탐·진·치를 뛰어넘은 초월심에서 얻게된다. 따라서 불교의 심리적 자유는 마음의 초월을 뜻하는 것이지 현실에 대한 혐오나 부정은 아니므로 초월적인 수용 속에서 찾아야지 현실도피의 방법 등은 진의가 아니다.
사리의 명확한 파악, 원리에의 복종과 함께 여실지견에 의한 무명의 속박을 벗어날 때 지적자유는 향유할 수 있다.
다음으로 불교의 행동적 자유의 본령은 정도를 행할 수 있고 무도에 나가지 않는 자주력에 있다.
이렇게 볼 때 불교의 자유는 현실이나 부자유에 대한 단순한 배격이 아닌 수용적·내재적 초월이며 진공심의 정당한 선용을 본질로 하고있는 것이다.

<불교의 인간관>
고교홍차=불교를 낳은 범어에 인간을 뜻하는 말이 10여개나 있다. 이 중에서 특히 불교가 쓰는 인간의 호칭은 「마누자」(Manusya) 「사타」(Satya) 「프리타그 자나」(Pritag-Jana)의 세 가지다.
인간을 뜻하는 이들 세 단어가 내포한 뜻을 구명해 보면 불교의 인간관을 대충 들여다볼 수 있다.
먼저 「마누자」는 「맨」 「휴먼·비잉」 등으로 영역되는 일반 인간을 뜻하는 말이다. 따라서 그 어원은 인간을 뜻하는 영어의 「맨」과 같이 「생각한다」는 동사에 두고있다.
이는 근대에 와서 인간을 「포모·사피엔스」(지성인)라고 보는 것과도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불교는 인간의 사유능력을 크게 중시한다고 볼 수 있다.
「사타」는 중국에서 흔히 중생유정이라고 번역되는 말로 「사트」(존재한다)라는 말에 어미인 「타」(tya)가 붙은 말이다. 즉 이 말은 현존자 또는 생존자라는 의미로 이해되고있다.
한편 이 「사타」는 탐욕에 의한 집착이라는 뜻을 가진 동사 「산」(sanj)에서 유래한 말이기도 하다.
이같이 불교는 인간을 생각하는 것으로서 파악하는 일면 탐욕에 집착되어진 존재로서도 파악한다.
또 불교의 인간호칭에 쓰이는 「프리타그 자나」는 중국에서 범부·이생 등으로 영어에서는 하시인·석두·일반인등으로 각각 번역된다. 「다른」(Pritag)이라는 뜻과「생」(Jana)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 말은 성자에 대립되는 말로 일반인을 지칭하는 범부로 쓰여지게 된 것은 후대의 불교사상에 의한 것이며 특히 중국·일본에 불교가 전래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다. 원래적인 불교의 인간관은 인간성에 의한 자각의 입장에서 실존적 요소를 중시한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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