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승부처는 용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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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경기도의 ‘무상 버스’에 이어 서울에선 ‘용산 개발’ 이슈가 6월 지방선거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사업 발표 7년 만에 1조5600억원의 손실을 남기고 공중 분해된 용산 개발 사업의 재추진 여부를 두고 여야 후보들이 갑론을박을 벌이면서다. 용산 개발은 그 과정에서 6명이 사망한 ‘용산 참사’가 벌어졌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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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쟁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이 “당선되면 용산 개발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히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응수하면서 시작됐다. 박 시장은 1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용산 개발 재추진은 논쟁할 일도 아니다. 7년 동안 악몽 속에 살았던 주민들이 다시 고통이 반복되는 걸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시장은 “지금도 코레일과 시행자 사이에 소송, 주민과 서울시 사이에 소송이 있고 여러 가지 상처가 해결 안 된 상태에서 다시 어떻게 개발이 추진되겠나. 주민부터 만나보고 말하라”고 공격했다.

대신 박 시장 측은 “현안 소송이 끝나면 정비창 부지는 원래대로 개발을 진행하도록 적극 지원하고, 서부이촌동 지역은 용적률 문제, 개발 방식 등을 조정해 맞춤형으로 개발할 것”이란 대안을 내놨다. 용산역 뒤편의 철도정비창 부지와 주거지역인 서부이촌동 부지를 한데 묶은 일명 오세훈식 ‘통합개발’을 ‘주민참여형 맞춤개발’로 바꾸겠단 것이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내가 아는 용산 주민들의 의견은 변화를 기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떻게 박 시장이 아는 용산 주민과 내가 아는 주민의 의견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그는 “서울시민들은 지난번 선거에서 안철수 의원을 보고 박원순 후보를 찍어준 것”이라고 역공을 날렸다. 이에 앞서 지난 11일 정 의원은 남대문 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용산 개발을)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사업으로 만들 수 있다”며 “박 시장은 일을 안 하겠다는 말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여권 후보들도 입장 정리에 나섰다. 김황식 전 총리는 “박 시장과 정 의원 사이에 ‘개발 당장 한다’ ‘못 한다’고 다투는 것은 혼란만 가져온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다시 해야 할 문제”라고 신중론을 폈다. 이혜훈 최고위원은 일단 “과거처럼 두바이식 대규모 개발은 절대 반대”라며 정 의원과 선을 그으면서도 “용산은 마지막 남은 대규모 개발 가능 지역이어서 방치할 순 없다”고 말했다.

 용산 개발 문제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린다. 서원대 오종렬(경제학) 교수는 “서울시가 정책적인 방향성을 분명하게 보여준다면 사업 재개를 위한 시장의 유동자금은 충분히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박 시장이 용산 개발 부지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세종대 김수현(도시부동산학) 교수는 “당장 철도정비창 부지가 누구 땅으로 될지 이제 막 소송이 시작됐는데 개발을 재추진하자는 논리는 상황과 본질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이라며 “누가 시장이 되든 소송이 결론 난 뒤에 철도정비창 부지부터 개발하고 그 사업이 성공해 검증 효과가 파급되는 게 순서”라고 주장했다.

이소아·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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