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반체제 시가 애송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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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개인의 자유가 극도로 제한된 「소비에트」체제에 반발, 옛 반체제시인들의 시가 소련전국에서 전에 없이 열렬히 애송되고있다. 무용가 「이저도라·덩컨」의 전 남편인 민족시인 「세르게러·예셰닌」의 탄생80주년을 맞아 「모스크바」에 있는 그의 묘지에는 수천명의 참배객들이 몰려들어 그의 시를 낭송하는가하면 「알렉산더·푸시킨」 「오시프·멘델시탐」 「보리스·파스테르나크」 등 저항시인으로 숨져간 이들의 시집들은 출간 첫날 서점 앞에 장사진을 이룬 군중에 의해 매진될 정도.
시와 「보드카」주가 없이는 못산다는 말이 전해올 만큼 「러시아」민중의 시 취미는 정평이 있지만 최근의 이러한 「붐」은 젊은 층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되고 있다.
1925년 자살한 「예셰닌」의 경우 슬픔에 잠긴 10여명의 젊은 「팬」들이 그의 뒤를 따른 전례가 있다. 최근엔 「니콜라이」1세의 박해를 받은 「푸시킨」, 「스탈린」의 강제노동수용소에서 숨진 「멘델시탐」, 추방과 고문과 투옥이 연속되었던 「아크마토바」 「파스데르나크」의 시가 공공연히 거리에서 「기타」에 맞춰 읊어지고, 「렝스턴·휴즈」같은 미흑인시인의 현대시마저도 열광적인 환영을 받고있다.
『문맹율이 높은 소련에서 시가 거의 생활필수품이 되어있는 것도 이상한 일이지만, 그보다 더 이상한 것은 가장 민중의 사랑을 받는 시인은 어느 시대고 탄압과 박해 속에서 비명횡사했다는 사실이다』라고 「레닌그라드」출신의 시인 「베타키」는 말하고 있다. 이는 가장 서민의 애환을 절실히 표현한 시인일수록 소련당국의 두려움과 증오의 대상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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