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의 향방|미 금융계 전문가 59명의 의견을 종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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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6년의 경기 전망을 놓고 각양각색의 주장과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다시 폭발적인 「붐」이 온다는 얘기도 나왔고 저 성장·고「인플레」에 빠질 것이라는 예측도 대두되었으며, 국제 유동성과 관련, 새로운 불황 심화 설도 나오고 있다. 근착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지는 이 문제를 59명의 미 금융계 전문가들에게 물어 평균치를 구해 봤다. 세계 경제의 심장인 미국의 경기 전망을 이들이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를 간추려 소개한다. <편집자주>
설문 대상은 미 금융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도적인 「이코너미스트」59명, 설문 내용은 경기 지표라고 할 수 있는 GNP (국민총생산)·실업률·소비자 물가·금리 등 4개항 외에 『앞으로 제일 골치 썩힐 난제는 무엇인가』라는 항목이 추가되었다.
응답자들의 견해는 비교적 분홍빛이었다. 6%까지의 실질 성장이 가능한 것으로 봤고 실업률도 76년 말에는 7·3%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소비자 물가도 내년말께에는 연율 6·6%선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것은 과거의 회복 속도에 비하면 형편 없이 더딘 것이지만 대공황의 악몽에 시달리던 상당수의 사람들에게는 복음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경기 예측을 다수결이나 견해의 산술 평균으로 내린다는 것은 「난센스」에 속하나 이들이 「돈 흐름」의 방향을 결정하는 금융계 인사들이고 보면 반드시 무의미 하지만도 않을 것이다.
5개항의 설문 내용과 응답 결과는 다음과 같다.
▲GNP=74년도 4·4분기의 미 GNP는 연액으로 1조4천3백10억「달러」였으나 75년 2·4분기에는 1백억「달러」가 늘었다. 이 사실을 기초로 예측치를 구한 결과 76년도의 실질 성장률은 6%이하라는 응답을 얻었다.
즉 76년 상반기에는 6·2%, 하반기에는 5·5%의 실질 성장률을 보인다는 것이다.
성장률이 하반기에 들면서 다시 주춤한 것은 유휴 시설의 과잉으로 인한 자본 지출 억제·금리 상승으로 인한 주택 건설 부진·국제 수지 전망의 부조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GNP의 명목 성장률이 12·2%로 나온 것은 응답자들이 「인플레」에 대해 끈질긴 의념을 갖고 있음을 입증했다.
▲실업 문제=75년 말의 실업률은 8·2% (9월말 현재 8·3%=편집자주)로 예상되며 76년6월에는 7·8%, 연말에는 7·3%까지 줄어들 것이다.
이것은 76년 말에도 아직 7백만명의 실업자가 남아 있음을 뜻한다. 하지만 응답자들의 약20%는 76년 말 현재의 실업률을 7·6% 이상으로 보고 있어서 주목을 끌었다.
그리고 상당수의 응답자들이 자신의 예측 치에다가 주석을 달았다. 『만약 소비자들이 소득 증가분을 저축하지 않고 종래의 한계 소비율을 유지한다면』이라든가 또는 『자동차 등 내구재의 소비 기호가 회복된다면』 따위가 그것이다.
한데 이와 같은 주석의 공통점은 이들이 국민의 소비 심리에 대해 짙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뉴요크」 은행의 한 응답자는 『사람들이 정부·자치 단체·증시 등에 대해 신뢰감을 잃었기 때문에 돈이 생겨도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서 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응답자들은 이와 같은 소비 억제가 조속히 없어지지 않는 한 경기 전망의 낙관론은 빗나가고 말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인플레」문제=75년 하반기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연 8·1%, 76년 상반기는 6·7%, 하반기는 6·6%의 예측치가 산출되었다.
이 정도의 진정 속도라면 매우 만족할만한 것인데도 응답자들의 견해는 그렇지 않았다. 마지막 설문인 『제일 골치 썩힐 난제』 항에서 42%가 「인플레」 재연 가능성을 들었던 것이다. 한 가지 주목할만한 사실은 약 3분의 1이 76년 하반기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연 7% 이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 문제에 관한 한 다수 의견과 소수 의견의 타당성이 숫자에 따라 결정되는게 아니므로 「인플레」 향방이 그만큼 가변적이라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기타=『골치 썩힐 난제』 질문에서 「인플레」 다음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14%의 실업 문제였다. 하지만 이것은 내년도의 대통령 선거를 감안한 광각적 관찰의 결과로 해석된다.
한편 금리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상당히 갈라졌다.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예측한 사람은 하나도 없는 반면 하락·답보·약간 상승에는 자금별로 꼭 소수 의견이 있는 것이다.
응답자들은 또한 정책 방향에 대해 연방 정부가 재정 적자를 즉각적으로 없앨 것, 의회가 기업의 투자 촉진을 위한 세제상의 입법 조치를 강구할 것을 한결같이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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