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수매가는 농민 소득 정책으로 다뤄야|김문식 <서울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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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평균 생산비 못되던 때도>
올해 추곡에 대한 정부 수매가가 어느 수준에서 결정되느냐는 농민의 확대 재생산과 생활수준의 향상에 직접적으로 관련 되어 있어 농민들에게는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올해의 추곡 판매에 의한 소득의 크기는 농사를 이미 지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가격 인상율에 따라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소득이 높아져야만 농가는 물질적·문화적 생활 정도를 높일 수 있고 농업 생산 조건을 개선하는데 보다 많은 비용을 지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지난날에는 농민의 문화적 생활이나 영농 조건의 개선 등의 문제에 관하여는 엄두도 낼 수 없는 국민 경제적 여건이었다.
따라서 8·15해방 직후부터 50년대까지 농민들은 쌀 생산에 투입한 평균 생산비를 보상받을 수 있는 쌀값이라면 그로써 만족하는 정도였고 사실 55년 이전까지만 해도 평균 생산비도 못 되는 쌀값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았다.
50년대 후반부터 정부의 추곡 매입 가격은 평균 생산비를 웃돌기 시작했는데 해가 감에 따라서 농민들은 평균 생산비보다 약 5할 가량 높은 한계 생산비 수준에서 정부 수매가가 결정될 것을 바라게 되었다.
왜냐하면 식량이 부족한 우리 나라에서 증산이 이룩되자면 가장 열악한 생산 조건에서 생산해야하는 한계 농가의 생산비, 이른바 한계 생산비가 보상될 정도로 곡가가 높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농가·도시민 소득 평형을>
그 같은 농민들의 희망은 60년대에 들어서면서 계속적으로 정책에 반영되다가 68년 이후의 고미가 정책을 계기로 정부 수매 값은 한계 농가의 생산비, 즉 최고의 생산비로 볼 수 있는 수준에서 결정되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이 같이 정부 수매가가 평균 생산비에서 한계 농가의 생산비 수준으로 인상, 보장되기 시작하면서부터 농민들의 증산 의욕은 고취되었고 그간에 쌀의 단보 당 수확량은 크게 높아졌다. 한편 동기간은 우리의 경제가 고도로 성장한 기간으로서 75년에 들어서 1인당 국민총생산액은 5백「달러」를 넘어서 국가적으로는 중진국으로서의 발전 단계에 올라서게 되었다.
이제는 농민들도 고도 성장의 혜택을 봐야할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도시민 소득이 증가한 만큼 그에 평형 될 소득을 희구하게 되었다.
따라서 정부는 농가 소득이 도시민 소득에 평형 되게끔 수매미가 책정에 있어서 성의를 다해야 할 것이다.

<한계 생산비 보상 단계 지나>
다만 정부는 재정 안정을 기하고 도시민에 대한 가계비 부담을 가중시킬 수 없다는 두 가지 이유로 농민들이 바라는 전년 대비 40% 인상 선인 80kg들이 가마당 2만2천원 선의 결정을 주저하고 있다고 듣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지난해의 가마당 가격 1만5천7백60원보다 23·7%의 인상선인 1만9천5백원의 수매가 안을 내놓은바 있다. 물론 정부가 물가 안정과 재정 안정 계획의 추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는 누구도 이의가 있을 수 없다.
한편 가마 당 1만9천5백원의 값이면 한계 생산비가 보장될 수 있는 높이의 쌀값 수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는 한계 생산비를 보장해 주는 것으로써 충분하다 할 수 있는 때는 이미 지났다.
농민들도 자신들의 생활 수준을 높이기 위해, 그리고 생산 자원 규모의 양적 확대와 질적 개선을 위해서 농업 소득의 증대를 원한다. 농민들이 바라는 한 가마 2만2천원에서 수매가가 결정된다할 때 평균 농가의 쌀 판매에 의한 순소득은 32만5천원 가량이 된다.

<한달 소득 2만7천원꼴>
평균 농가의 논 면적은 5단보로써 1단보의 쌀 생산이 정곡 5가마 (4백kg)라 한다면 총 수확량은 25가마가 되며 가마당 순이익 (자가 노임 포함)을 1만3천원으로 쳐서 25가마에서 얻어질 수 있는 순소득 총액은 32만5천원이 된다.
이것을 12개월로 나누면 평균 농가당 월 평균 2만7천원이 된다.
물론 농민이 쌀 수입만으로써 생활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달에 쌀 수입으로서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어쨌든 중진국의 대열에 들어선 현 단계에서는 농민들의 주 생산물인 쌀값은 농민의 소득 증진이라는 관점에서 소득 정책으로써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한편으로는 영농 조건의 개선, 다른 한편으로는 농민의 문화적 생활이 가능해질 수 있는 조건이 성숙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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