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남해안 해수 이변 이조 때도 있었다|무형문화재 56호-이재범씨 사실서 밝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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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9월 초순부터 남해안 일대는 해수에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진해와 마산·고성 등의 연해가 뿌옇게 변하면서 고기떼가 떼죽음을 당하여 바다 위에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해수 이변은 10월에 들면서 더욱 확대되어 남해안 일대는 대부분 날벼락을 맞고 있다.

<독수대·적조 현상>
경남도가 최근 조사한 해수 이변 피해 내용은 양식업자·어민 등 1천여 가구가 피해를 봤으며 피해액도 2억4천여만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 같은 해수 이변에 대해 남해안 어민들은 독수대·적조 현상이라고 이름짓고 있다. 수산청 및 수산 진흥원 당국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진해와 마산만의 공장 폐수와 도시 하수가 바다로 흘러들어감으로써 바닷물이 부패, 「개스」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진해와 마산만과 여건이 다른 고성만의 경우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시원한 원인 규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해수 이변은 단순한 공해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례가 있다.
무형문화재 56호 (종묘 제례)를 보유하고 있는 이재범씨에 의하면 지금의 남해안 해수 이변과 비슷한 현상이 공해가 없었던 옛날에도 여러 번 일어났다는 얘기다.

<태종·세종때 여러번>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이조시대에도 8, 9월께 남해안 일대에 바닷물이 변하면서 고기떼가 떼죽음을 했다는 기록이다.
한가지 다른 점은 지금의 바닷물은 뿌옇게 변하는데 반해 당시에는 황색·붉은색 또는 흑색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참고로 보면 다음과 같다.
▲태종 3년 (1403년) 7월11일 (월일은 모두 음력·양력으로 8월) 경상남도 동래군 기장 연안의 해수가 황·흑·적색으로 변하면서 마치 죽과 같이 불투명해졌다. 그와 함께 복어와 잡고기들이 모두 떼죽음을 당하여 바닷물 위에 떠올랐다.
▲8월1일 남해안 고성과 거제를 중심으로 한 해안 일대의 바닷물이 황흑색으로 변하면서 고기떼가 떼죽음을 당하여 그 냄새가 10여일을 풍겼다.
▲9월14일 진해 일대의 바닷물이 적색으로 변하면서 고기떼가 모두 죽었다.
▲태종 12년 (1412년) 7월7일 전라남도 순천 연해의 바닷물이 4일 동안 붉은빛으로 변하였다.

<철저한 원인 규명 바라>
▲태종 13년 (1413년) 7월26일 전라남도 순천 연해의 해수가 6일간에 걸쳐 처음에는 적색으로 변하였으나 나중에는 흑색으로 변했다. 이와 함께 고기떼가 떼죽음을 당하여 물위에 떠올랐다. 그 바닷물을 길어서 그릇에 담아 보았더니 그 빛깔이 별로 다른 점이 없었다.
▲경상남도 부산·동래·통영 진해·고성 일대의 바닷물이 2일간 혹은 4일간씩 적·석 또는 흑색으로 변하면서 고기떼가 떼죽음을 하였다. 특히 부산 서쪽 다대포는 더욱 심하였으며 그때 바닷물을 길어서 그릇에 담아 보았더니 마치 소 (우) 꼬리를 삶은 즙과 같이 뻑뻑하였다.
▲세종 5년 (1423년) 7월16일 거제도 연해의 해수가 황적색으로 변하면서 고기와 백합이 많이 죽었다.
▲세종 10년 (1428년) 8월10일 마산 앞바다의 해수가 적색으로 변하면서 어족이 떼죽음을 하였다.
▲8월20일 거제 연안 바닷물이 붉은빛과 검은빛으로 변하였다.
이 같은 사례를 보아서도 최근의 해수 이변은 결코 단순한 공해 때문만은 아닌 것이 명백하다.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더 이상의 피해를 없애야할 것이다. 【특별 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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