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악 보존은 창작서부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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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음악의 동양과 서양』이라는 주제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음악인 대회가 시작됐다 (13일∼18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 일본·자유중국·필리핀·한국의 4개국에서 53명이 참가. 「아스팍」이 주최한 이 대회는 「아시아」인은 물론 동양 음악에 눈을 돌리는 서구인들의 관심사이기도 한 「아시아」 전통 음악의 특징과 이의 보존 문제 등을 주제로 다루어 흥미를 자아냈다. 회의에서 발표된 논문 중 자유중국·필리핀·한국 대표들의 것을 발췌, 소개한다.
「음악의 동양과 서양』에 관한 토론은 으례 동양 음악은 보존되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끝난다.
이 결론을 행동화하기 위해서 한국 음악계가 힘써야 할 분야는 창작 분야다.
한국 음악의 창작 분야는 당황할 이만큼 서양 음악의 영향이 크다. 작곡가들은 서양 음악을 먼저 수학하는 것이 통례고, 초 현대 감각이나 고풍을 찾기 위해 전위 음악의 한 방편으로나 한국 음악에 뛰어드는 작곡가가, 그것도 젊은 작곡가가 몇 있을 뿐인 것이다.
한국 고유의 전통 음악에는 엄밀한 의미에서 작곡가란 없는 실정이다. 간단한 변주나 즉흥성만 있을 뿐이다. 의식에 자주 쓰이는 기악곡 『영산회상』이 축제를 위한 무용곡으로 쓰일 때는 원래의 「리듬」과 조가 조금씩 변하는 예에서 볼 수 있는 변주·판소리가 공연될 때마다 공연장의 분위기·연주자의 흥에 따라 즉흥성이 가미되어, 「스토리」가 길어진다거나 짧아진다는 예에서 볼 수 있는 즉흥성만 있을 뿐인 것이다. 몰론 최근에는 판소리도 즉흥성이 점점 없어져가 사진처럼 기계적인 예술이 되어 가고 있기는 하다.
한국의 전통 음악을 보존, 발전시키려면 옛 작품 연주로는 어림없다. 새 작품이 작곡되어야 한다. 또 한국 전통 음악에서의 즉흥성은 TV, 「라디오」 극장 공연 같은 현대의 환경에 적응시키려면 악보로 옮겨져 재구성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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