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급한 줄 어떻게 알고 … '3%대 대출' 문자에 덜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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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를 이용한 표적형 스팸이 늘고 있다. 위 문자는 급전이 필요했던 피해자의 사정을 꿰뚫고 저금리 대출이라며 유혹하는 내용이다. [사진 서울시]

‘3%대로 이용 가능!! 당일 가능!! 급한 것 처리하시고 부담도 줄여 드립니다. OO은행 XX캐피탈’.

 서울 성동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박인기(가명·54)씨가 이런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은 건 지난 1월이었다. 월세 120만원을 내지 못해 대출상품을 알아보던 차였다. 박씨는 시중은행명이 찍혀 있어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고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중개업자는 친절했다. 그는 “신용등급이 낮아 당장은 저금리 대출이 어렵다”고 한 뒤 자회사라며 대부업체를 소개했다. “한 달 뒤 저금리 대출로 전환시켜 주겠다”는 말과 함께였다. 별 의심 없이 대부업체에서 39%의 고리에 1000만원을 대출받았다. 그러나 약속했던 한 달이 지나 이전 중개업자에게 연락했으나 잠적한 뒤였다. 박씨는 서울시 민생대책점검반에 신고를 하고서야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다.

 서울시는 18일 ‘대출 스팸문자 등 저금리 대출사기를 주의하라’는 민생 침해 경보를 발령했다. 유사한 민원신고가 집중되면 발령하는 경보다. 지난달 말에는 ‘피겨여왕’ 김연아를 내세운 스미싱 문자에 대해 경보가 내려졌다.

 서울시는 박씨와 같은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저금리 대출사기 스팸문자가 최근 집중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서울시 정광현 민생경제과장은 “고금리 대출을 받게 한 다음 저금리로 전환해 준다고 거듭 약속해 속았다는 민원 접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저금리를 미끼로 유혹한 뒤 계좌번호와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빼가는 사례와 대출 수수료 명목으로 선금을 챙겨 잠적했다는 민원도 적지 않았다.

 스팸문자 사기도 진화하고 있다. 카드 3사와 KT 등에서 대규모 개인정보가 유출된 이후부터다. 특정 직업군이나 개인 대출 상황에 따라 ‘맞춤형 스팸’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일명 ‘스마트 스팸’이다. 기존의 스팸문자와 e메일은 전화번호부를 기반으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뿌려지는 방식이었다. 반면 스마트 스팸은 개인정보라는 ‘체’를 통해 한 차례 거른 다음 특정 집단에만 살포된다. 주거상황·직장정보·카드 신용한도·신용등급 등에 맞춰 미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달 초 본지가 인터넷 카페를 통해 접촉한 개인정보 브로커는 “의사들의 DB만 따로 살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의사 50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파일을 보내 왔다. 파일에는 의사면허번호·이름·주민번호·집주소·전화번호 등이 담겨 있었다. 확인 결과 실제 정보와 일치했다. 브로커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 등을 작업(해킹)해 얻은 개인정보 수만 건을 갖고 있다”며 “800만원만 보내면 공인중개사협회와 문인협회 등 협회의 개인정보를 빼내 주겠다”고 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따르면 스미싱 피해 건수는 2012년 2182건에서 2013년 2만9761건으로 폭증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스미싱 피해는 2012년 10월부터 증가해 지난해 급격히 늘었다”며 “최근에는 하도 다양해 어떤 유형의 문자가 스미싱 문자가 될지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행복기금이나 시중은행을 사칭해 대출을 권하는 문자메시지가 사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은행이나 금융회사는 본인의 동의 없이는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추현우 스팸대응팀장은 “통신사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지능형 스팸 차단 서비스’에 가입하면 스팸문자를 차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피해 신고는=대출 관련 스팸이나 전화를 받았을 경우 한국인터넷진흥원(신고전화 118), 스팸문자 등으로 대출사기 피해를 당했을 경우 서울시 민생침해 신고 시스템 ‘눈물그만 홈페이지(economy.seoul.go.kr/tearstop)’나 120 다산콜센터로 신고하면 시가 대부업체를 점검한다.

강기헌·이승호·고석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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