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SNS사 … 새 직업 41개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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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정부가 외국에는 있는데 국내에는 없는 41개 직업을 집중 육성키로 했다. 이들 직업과 관련된 국가기술자격증을 새로 만들고, 정부가 교육과정 전반을 직접 챙기기로 했다. 필요할 경우 관련 법도 만든다. 이를 통해 수십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많아 장롱 자격증만 양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는 18일 ‘신직업 육성 추진계획’을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전직지원전문가, 연구장비전문가를 비롯한 26개 직업에 대해서는 국가기술자격 또는 국가공인 민간자격증을 새로 만든다. 정신대화사, 병원아동생활전문가, 그린장례지도사, 주변환경정리전문가, 평판관리자와 같은 15개 직업은 민간에서 수요를 창출토록 지원키로 했다. 이들 직업은 정부가 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선정한 것들이다.

 문제는 고용시장과 부합하느냐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관계자는 “직업은 시장의 필요에 따라 생기고, 사라지는 생물과 같은 존재”라며 “정부가 컨트롤한다고 시장이 형성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직업의 유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연구장비전문가와 같은 직업을 예로 들었다. 정부는 일정 규모(50억원) 이상의 연구시설이나 장비를 보유할 경우 연구장비 관리 전담인력 지정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일부 연구개발(R&D) 장비의 경우 수십억원대를 호가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상당수 기업이나 대학의 R&D 부문에선 장비만 관리하는 전담인력을 별도로 둬야 한다.

 논란이 이는 직업도 있다. 사립탐정과 같은 업무를 하는 민간조사원은 흥신소나 심부름센터 같은 음성적 업체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역기능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칫하면 경찰과 같은 수사기관 인력의 노후 일자리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서강대 남성일(경제학) 교수는 “국가기술자격과 같은 직업 인증은 시장이 형성된 뒤 사후적으로 취해야 한다”며 “시장이 없는데 자격을 만든다고 일이 생기진 않는다”고 말했다.

김기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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