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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중고차 허브' 장안평 돌아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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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서울 장안평 중고차 매매시장 모습. 서울시는 자동차를 개조하는 ‘튜닝산업’까지 포함해 이 일대를 새로운 자동차산업 메카로 키운다는 방안을 18일 발표했다. [뉴스1]

1970년대 초반 서울 장안평 일대는 영세 가내수공업 공장과 공구상들이 산재했던 낙후된 변두리였다.

 그러나 76년 당시 정부는 종로3가 일대에 있던 자동차부품상들을 장안평으로 강제 이전했다. 중고차 매매와 자동차 정비가 서울 도심의 교통난을 가중시킨다는 이유였다. 조선시대 목마장이었던 이곳은 넓고 평평해서 대규모 주차장이 필요한 중고차 시장 입지로 제격이었다.

 장안평은 80년대 마이카 시대와 맞물려 호황기를 맞았다. 장안평은 중고차의 대명사가 됐다.

 35년간 정비업에 종사한 김진호(63)씨는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다. “천호대로를 타고 군자교 쪽으로 오면 길 옆으로 ‘차잽이(중고차 호객꾼)’들이 줄줄이 서 있었다. 그들 에게 중고차를 사면 중랑천변 정비업소에서 곧바로 정비를 했다. 구청 교통행정과 장안평 출장소에서 등기 이전을 하고 보험에 가입하면 끝이었다. 말 그대로 원스톱이었다.”

 유동인구가 늘어나면서 식당은 물론 유흥주점과 안마시술소 같은 성매매업소도 생겨났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강남과 영등포 등에 중고차 매장이 많이 생겨났다. 허가제가 신고제로 바뀌면서 중고차 매장 수는 더 많아졌다. 2000년엔 대기업 SK가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면서 중고차 유통경로 자체가 바뀌었다.

 장안평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 시설은 낙후됐고 업체는 갈수록 영세해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장안평 업체의 평균 종업원 수는 현재 2.8명에 불과하다. 2000년대 들어 하남으로 업체를 이전하는 대규모 사업이 추진됐지만 금융위기로 무산됐다.

 중고차 시장은 매년 커졌지만 장안평은 오히려 쇠퇴해 갔다.

 서울시가 18일 장안평을 ‘자동차 유통산업 벨트’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중고차 매매와 정비뿐 아니라 중동국가를 위한 무역 기반, 박근혜 대통령의 관심사인 튜닝산업까지 모두 장안평에 집결시키겠다는 것이다. 시 도시계획국은 “성동·동대문구 장안평 일대 48만㎡를 인근 지역자원과 연계해 재생시키는 장안평 일대 자동차산업 육성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중고차 거래 시장이 최근 5년간 83%나 성장했고 연간 거래규모(24조원)가 신차 시장의 두 배에 달하기 때문에 장안평의 부활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시는 이곳의 건물을 모두 철거하고 다시 짓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산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재개발 계획을 세웠다. 조남준 공공시설정책팀장은 “ 중동·동남아의 수입 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어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튜닝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로 정비사업의 잠재력이 엄청나게 커졌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매매센터와 물류센터, 무역센터와 비즈니스호텔을 갖춘 ‘종합 자동차유통 벨트’로 장안평 일대를 개발할 계획이다. 또 공대로 유명한 인근 한양대의 기술과 교육 인프라를 장안평에 접목시키기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우선 시는 유통업무시설로 묶여 있는 중고차매매센터의 용도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연말까지 장안평을 ‘산업유통개발진흥지구’로 지정하기 위한 지역관리계획도 마련한다. 이에 따라 세제혜택과 융자지원, 건폐율·용적률 인상 같은 규제 완화가 가능해진다.

 역시 문제는 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장안평의 건물과 토지를 소유한 주민들이 시의 개발계획에 동의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라며 “주민들이 자동차 관련 산업을 선택하도록 각종 인센티브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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