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외형 팽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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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었던 74년중에도 우리 나라 법인 기업의 외형 거래고는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수요 감퇴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외형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그 대부분이 「인플레」로 인한 명목적 증가 때문일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작년중 기업은 수요 감퇴에 따른 수입 감소를 제품 가격 인상으로 메워 왔다는 얘기가 된다. 결국 불황에 따른 부담의 대부분이 소비자에게 전가되어 왔다는 사실이 명백해진다.
불황과 「인플레」가 우리 경제만의 문제가 아니라 하더라도 이에 대처해 나가는 과정에서의 부담은 기업이나 정부 또는 가계가 공평하게 분담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의 이 처럼 높은 외형 팽창이 반드시 소망스러운 결과인가.
국세청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의 법인기업 총 외형은 비 전년 54·7%나 늘어났다 한다. 이는 같은 기간중의 도매 물가 상승율 44·5%를 고려하더라도 10%가 넘는 실질 증가율을 나타낸 셈이다.
「인플레」에 따른 기업 외형의 팽창은 석유 파동 이후의 범세계적인 현황임에는 틀림없다. 「포춘」지가 조사한 바로는 미국의 5백개 대기업도 같은 해에 25%의 외형 증대를 나타냈지만 「인플레」율을 고려한 실질 증가율은 불과 5·7%에 그치고 있다. 이는 곧 우리 기업이 상대적으로 「인플레」의 이득을 더 크게 보았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더욱이 국내 1백개 대기업의 외형 증가율이 더 높고 외형 전체에서의 비중도 전 해에 비해 더욱 늘어났음을 볼 때 중소기업의 상대적인 불황도가 더 심각했던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여러 통계 자료는 우리의 기업 환경이 불황 기간 중에도 결코 여타 경제 부문 보다 더 불리한 여건에 놓이지 않았었음을 단적으로 표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대기업 일수록 더 유리한 입장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환경이 조성된데에는 정부의 제반 경제 정책, 특히 성장 「드라이브」가 기업 부문을 주축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며 어느 정도는 불가피한 점도 인정된다.
중화학 공업을 비롯해서 소비재·「서비스」 등 다양한 업종이 망라되고 있는 1백대 기업의 「랭킹」을 보면 이제 우리의 산업 구조도 적지 않게 고도화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이들 기업이 맡아온 물적 생산이나 수출·조세에서의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는 곧 그간의 공업화 정책의 결실이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국민 경제에서 차지하는 대기업의 비중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앞으로의 주요 과제는 이들 대기업들이 그들의 외형적 성장 못지 않게 튼튼한 내적 충실화, 즉 보다 건실한 경영 기반을 확립 할 것과 또 보다 근대화된 경영 기법을 도입하는 것등 보다 진전된 경영 구조를 다지는데 노력해야할 것이다.
따라서 아직도 정부 의존형 경영 방식에 집착하거나 초기 단계의 초과 이윤을 계속 누리려는 자세는 이제 양기할 때가 아닌가 한다.
그리고 규모 면에서도 우리의 최고 외형이 겨우 6억 「달러」에 미달하고 있음을 볼 때 국제적인 기업 대열에 끼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본 축적과 국제 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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