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실상 직접 보고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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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귄터·그라스」「하인리히·뵐」등과 함께 현대독일문학의 대표적 작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여류작가 「루이제·린저」여사(64)가 월간『문학사상』 초청으로 5일하오 우리나라에 왔다. 『다니엘라』『생의 한가운데』『백수선화』등의 연이은 번역출판으로 최근에 이르러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는 남달리 높지만 그의 작가적 역량은 41년 그의 첫작품 『파문』이 「헤르만·헤세」에 의해서 격찬을 받을 만큼 완벽에 가까운 것이다. 첫작품 『파문』을 발표하기까지 국민학교 교원생활을 지냈는데 「나치」에 대한 비협조적 태도 때문에 교원생활을 그만두지 않으면 안되었고 마침내 투옥되어 사형선고까지 받기도 했다.
육순답지않게 활기찬 모습으로 한국땅에 첫발을 디딘 「린저」여사는 환영나간 유주현 김남조 전숙희씨등 우리나라 문인들과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고 『환영이 너무 열렬하여 「키신저」나 된 듯 싶다』고 「조크」를 던져 주위의 폭소를 자아댔다. 「린저」여사는 이번 한국방문을 통해 한국의 감춰진 모습들을 직접 보고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린저」여사와의 일문일답.
―한국방문의 목적은?
『대부분의 독일인들이 한국을 알고 있지만 한국을 직접 보지못한 사람들의 한국관이란 과장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한국의 실상을 보러 왔다.』
―한국에 대해 가장 알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전체적으로는 한국이라는 나라 그 자체가 되겠지만 무엇보다도 한국사람에 대해 알고싶다.』
―동양과 서양의 근본적인 차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방대한 분량의 책으로 여러권을 써도 모자랄 것이므로 간단히 이야기 할 수 없다.
―귀하의 작품속 여성상과 동양의 여성상을 비교해본 일이 있는가.
『동양여성의 특성을 우아한 미라고 이야기한다면 서양여성의 특성은 행동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서양사람이라고 해서 내 작품의 여주인공이 반드시 서양의 전형적 여성은 아니다.
―재독한국간호원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쓰고 있다는데….
『한국을 소재로 한 작품을 구상한 일은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소재에 관해서는 생각한 일이 없다. 이번 한국여행을 통해 뚜렷한 작품소재가 떠오를 것으로 믿는다.』
―한국방문에 앞서 한국에 관한 지식을 체득할 기회가 있었는가.
『역사·문학, 혹은 한국정부간행물등 여러 가지 책을 읽었다. 특히 이미륵씨의 「압록강은 흐른다」를 열심히 읽고 감명을 받았다.』 「린저」여사는 25일간 한국에 체류하면서 부산·대구·대전·광주등지를 방문, 강연회와 「세미나」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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