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집 살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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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의 「텔레비전·드라마」를 볼 때마다 신기하게 느껴지는 일이 있다.
도심에서 한 두 시간씩 차를 몰아 산속 외진 곳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거기에 호화스러운 별장 한 채가 덩그러니 서 있다. 말 그대로 외딴집인 것이다.
그런 집에도 전기는 물론이요 수도가 들어와서 조금도 호화롭게 사는데 불편이 없다.
생활조건이 좋지 못한데 젖은 우리 눈에는 그게 마냥 신기하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드라마」속에서나 볼 수 있는 허구가 아닌가 여겨질 때도 있다.
이보다 더 신기하게 느껴지는 일이 있다. 그런 외진 곳에서 어떻게 무서움도 타지 않고 용케 살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런 장면에서 우리는 낭만을 느끼는 한편으로 도둑과 강도를 연상하는 것이다.
연상이란 사람에 따라 다르다. 붉은 색에서 바로 피를 연상하는 사람은 피를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젊은이는 정열을 연상할 뿐이다.
서양의「텔레비전·드라마」에 나오는 별장에서 우선 강도·도둑을 연상하는 우리는 그 만큼 도둑이 많은 곳에서 살고 있기 때문일까.
외딴집이란 우리 나라에는 흔히 있다. 산도 많고 내도 많은 우리 나라의 풍토에서는 외딴 집이 흔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만약에 외딴집이 정작 무섭기만 하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외톨로 집 지어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외딴집이란 우리 나라에서도 서정을 연상시켜준 때도 있었다. 동양화에서 가장 흔히 그리는 것도 외딴집이었다.
이제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지난 10일 사이에 끔찍스런 일가 연쇄살해사건이 일어났다. 평택·양주·수원, 그리고 어제 있던 시흥의 모녀살해…. 모두가 외딴집 살인이다.
외딴 곳의 주민들은 걷잡을 수 없는 불안과 공포에 떨고있는 모양이다. 당연한 일이다. 특히 어제 사건은 외딴집 보호령이 내려진 직후에 일어났다고 한다.
이상한 것은 이 일련의 살해사건들이 강도의 소행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어떤 원한관계 때문인 것 같지도 않은 것이다.
당국에서는 수법 등이 흡사한 점으로 봐서 동일범이 아닌가 보고있는 모양이다. 지역적으로도 경기도내의 비슷한 지역 안에서 모두 일어났다. 이래서 혹은 이상심리에 사로잡힌 사람의 범행일지도 모르겠다는 추측도 나온다. 말이 외딴집이지 사실은 이웃마을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는 곳도 아니다. 그런 곳에서도 하루도 마음놓고 살 수 없게된 세태를 뭐라 풀이해야 옳을지.
한동안 부산에서는 어린이 유괴살해사건이 연쇄적으로 일어났었다. 그게 완전한 오리무중에 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았다.
사람이 얼마나 흉악해질 수 있는지를 실험이라도 하는 것만 같다. 아니면 경찰의 수사력을 시험하려는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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