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러분이 도와줘 많이 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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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정희 대통령은 2일 하오 청와대 대접견실에서「알베르·크라헤이」「벨기에」예비역중장 등 부부동반으로 한국을 방문한 6·25참전용사 62명의 예방을 받고 다과를 베풀면서 1시간20분 동안 환담했다.
박 대통령은 한복차림의 영애 근혜양과 함께 참전용사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면서 박 대통령은 『25년 전 한국이 어려울 때 우리를 도와 독립을 지켜준 데 대해 감사한다』고 인사말을 했다.
6·25때 얼굴에 부상을 한 「아이나르·잉그만·주니어」씨의 상처부분을 만져보며 위로한 박 대통령은 왼쪽 팔을 잃어버려 의수를 하고있는 「에드워드·콘로이」씨의 의수를 잡고는 『어디서 부상했느냐』며 물어봤다.
박 대통령은 프랑스·네덜란드·룩셈부르크에서 온 참전용사들에게 영어로 『내 딸이 불어를 하니 불어로 얘기 좀 해보라』고 권하면서 근혜양을 소개.
박 대통령은 「레지널드·마이어」씨가 『이런 기회가 오기를 오랫동안 기다렸다』고 인사하자 『여러분이 도와준 한국은 이제 많이 성장했다』면서 『우리는 북한과 1대1로 싸우면 지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는데 북한은 그렇게 생각지 않고 오산할 것 같아 이를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미 해병대출신인 「마이어」·「헌터」·「지터」씨에게 『서울탈환 때 참전해서 용맹을 떨쳤지요』라고 묻자 모두 『네』하고 대답. 「지더」씨도 『오늘 아침에 한미1군단을 가봤는데 훈련을 하는데도 한국군과 미군이 서로지지 않으려고 해서 사기가 높은 것을 보았다』고 했다.
호주의 「앨런·랭」씨는 『대통령께서 호주에 오셨을 때 한·호 참전협회를 대표하여 기념패를 증정한 일이 있었다』며 『그때 영부인께서 재향군인병원을 방문하여 시계를 증정할 때도 제가 안내를 했다』고 회상.
육군대위인 아들과 함께 온 「허클리」영국군 현역소장은 『어디서 싸웠느냐』는 박 대통령의 질문을 받고 『임진강 전선에서 싸웠는데 포로가 되어 고생했다』고 설명.
박 대통령이 「허클리」소장의 아들에게 『아버지가 한국전참전 때 몇 살이었느냐』고 묻자 『4살이었다』고 대위인 아들이 대답. 「허클리」소장은 「헬리콥터」로 옛 전장을 돌아보았는데 『너무나 달라졌고 농촌이 아주 잘돼 있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6·25때 한국에서 아들을 잃은 「로즈·데커」여사와 「버사·데이비스」여사의 손을 잡고 『이렇게 어머니들이 와 주신데 대해 크게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두 여사는 박 대통령에게『예쁜 따님을 두셨군요. 미국에 한번 오십시오.』라고 초청하고는 『오시면「디즈니랜드」를 구경시켜 드리겠습니다. 만일 대통령께서 못 오시면 따님이라도 보내십시오』라고 부탁. 「코위츠」미 예비역준장은 박 대통령에게 『공수부대 대위 때 평남 순천에 「패러슈트」로 내렸었는데 이제 한번 또 내려봤으면 좋겠다』면서 『68년 군단포병사령관으로 다시 한국에서 근무했다』고 말하자 박 대통령은 『나도 포병출신』이라면서 다시 악수를 했다.
박 대통령은 의수를 하고 있는 「콘로이」씨의 손을 다시 어루만지며 일행에게 『부인과 함께 싸우던 장소에 다시 가보십시오』라고 권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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