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세계 주도 노리는 중공|미 캘리포니아대 정치학교수 「브루스·라킨」씨의 소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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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공은 금년 제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현 국제정세를 「천하대란의 시기」로 규정하고 미·소의 패권쟁탈에 대항하는 제3세계의 단결을 강조한바 있다. 다음 글은 「커런트·히스토리」지 9월호에 실린 미「캘리포니아」대 정치학교수 「브루스·라킨」씨의 『중공과 제3세계』라는 논문의 요지를 간추린 것이다. <편집자주>
중공의 제3세계 정책의 가장 두드러진 주조는 『낡은 국제경제질서를 갈아치우고 새 질서를 세우는 것』이다.
작년 4월 「유엔」자원특별총회에서 중공부수상 등소평이 이 같은 정책을 강력하게 표명한 이래 구 경제질서의 수정을 위한 중공의 성원은 가속을 얻으면서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이제 신 경제질서에 대한 요구가 「에너지」및 자원문제를 훨씬 넘어서서 확대되고 있음은 명백하다.
재래의 모든 분배방식과 절차가 문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국제경제질서는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제3세계의 개발도상국들이 안정과 교역의 조건을 정하는 동적인 안정성을 구현하는 것이 될 것이다. 중공이 그런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면 그것은 중공이 제3세계를 좌지우지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제3세계의 주도권아래 중공과 그들의 목적이 상호 보완하는데서 이루어질 것이다.
이런 목적을 위해 중공은 70년대 초에 스스로를 제3세계의 국가로 자처했다.
이리하여 중공은 자신을 『사회주의』국가로서 특질 보다 「아시아」·「아프리카」·남미의 개발도상국들과의 연대성을 앞세우고 있는 것이다.
중공은 55년 「반둥」회의이후 「아시아」·「아프리카」의 협력과 공동이해를 선전했었다. 「아프로-아시아」공동체구상은 현실성이 없었지만 제3세계의 협력이라는 정책의 이론적 방향을 제시했다.
63년 「유엔」무역개발기구(UNCTAD)가 창설되고 그 안에서 공동입장을 취하기 위해 제3세계 국가협의체가 구성되고 77개국 「그룹」으로 알려진 비공식기구가 형성되자 이 같은 공동이해관계가 실질적인 의미를 띠게됐다. 중공은 71년 「유엔」에 가입하자 이들 기구에도 참여했다.
「유엔」자원특별총회가 신국제경제질서선언과 행동강령을 채택하자 중공은 제3세계의 이런 행동을 새로운 질서로 향한 조치라고 찬양하고 미국과 소련이 그러한 선언의 이행을 방해하려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석유 수출국기구(OPEC)는 제3세계의 원자재생산국들이 재분배를 강요할 수 있게 하는 유익한 「모델」로 표현됐다. 73년의 「에너지」위기이전에도 「페루」「칠레」「잼비아」「자이르」의 4개 동 생산국이 「카르텔」을 형성했었다.
중공은 이 같은 「카르텔」에 관심을 보였고 「보크사이트」목재수은 「코피」생산국들이 OPEC의 선례를 따르자 이에도 호응했다. 중공은 원자재「카르텔」을 정당한 원자재수출가격을 획득하고 착취의 역사를 시정하는 노력이라고 표현했다.
중공은 제3세계의 재분배요구를 말로만 지원할 뿐 아니라 행동으로도 거들었다. 중공이 재분배문제에 대해 특히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분야는-.
▲무역과 통화정책=중공은 선진산업국들이 불평등한 무역조건과 통화가치 조정을 통해서 61년부터 71년 사이에 개발도상국으로부터 9백90억 달러를 『강도질』해 갔다고 비난한다.
북경 측의 주장에 따르면 미국과 소련은 『제3세계를 계속지배하고 약탈하려는 최대의 국제적 착취자이며 억압자이다. 미국은 다국적기업을 통해 제3세계의 대부분의 원자재에 대한 생산·운송·판매를 지배해왔다. 이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원자재 값을 낮추어 최대의 이윤을 가로채고 제3세계에 경제위기라는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
▲「유엔」헌장 개정=중공은 「유엔」가입 전부터 「유엔」헌장수정의 필요성을 공언했다. 『현재의 「유엔」업무를 바꾸고 헌장을 수정하라는 많은 제3세계 국가들의 요구는 사리에 맞고 적절하다. 중공은 이들의 정당한 요구를 확고하게 지지한다』고 말했다. 중공은 거부권제를 없애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는 소련대표의 단언을 『건방지고 불합리한』수정이라고 논평했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지난 3월 「리마」에서 열린 UNLDO 제2차 총회에서 중공대표는 다국적기업규제, 자력갱생, 농업발전을 기초로 한 산업발전을 되풀이했다. 이 회의에서 산업발전과 협력에 관한 「리마」선언이 채택됐다. 중공은 77개국「그룹」의 초안을 바탕으로 한 이 선언을 찬양했다.
중공은 제3세계에서 희망을 찾고있을 중공이 주도할 새로운 다수세력을 여기서 찾고있다. 그러나 아직 중공은 「유엔」안에서 난처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면 표결에 참여하지 않거나 특별한 유보조건을 붙인다. 제3세계나 77개국「그룹」이 일사불란한 체제가 아니고, 항상 의견의 일치를 보는 것도 아니고, 특히 중공의 수중에서 놀아나는 기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의 이익·「비전」·조건들은 복잡하다. 중공이 목표하는 바는 공약·희망·이익이 조화된 공동기구를 안출해서 이 광범한 단체행동과 실질적으로 제휴하여 유리한 정치적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다. 이런 「그룹」과 손을 맞잡기 위해서는 중공은 지난날의 특권이 침해될 수도 있고 몇몇 일관된 정책을 포기해야될지도 모른다.
중공은 국내에서 안정과 변화사이의 긴장을 유지하는 것과 똑같이 국제관계에서도 유연한 가운데 일관된 정책을 존중한다. 만약 그러한 정책이 호혜를 바탕으로 해야하는 것이라면 거기에는 끊임없는 정치적 거래가 뒤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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