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과 충격… 한일여자 농구 참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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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제7회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이 숙적 일본에 89-62, 27점이라는 기록적인 「스코어」차로 참패한 사실은 농구 인은 물론 국민들에게까지도 큰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한국은 63년 제4회「페루」대회에서 일본과 처음 격돌한 이래 이제까지 세 차례 세계선수권대회를 모두 승리하다 이번에 대패하고 말았다. 더구나 그 동안의 한·일 대표 전에서 6승3패의 기록을 세우는 동안 한국이 가장 크게 이겼던 것은 67년「체코」대회 때의 81-60으로 점수 차는 21점.
그 후도 이겼다면 10여 점 차였고 질 경우는 기껏 해야 3점 차였는데 이번에 27점 차이로 크게 져 지난날의 빛났던 기록은 하루아침에 산산조각이 났다.
한국은 이번 대회를 대비, 지난 4월초부터 합동-합숙 훈련을 실시, 부식비만 3백여 만원, 항공료 등을 포함해 모두 3천여 만원(선수 1인당 2백여 만원)이란 막대한 경비를 썼다.
한국의 패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표선수의 질적 수준 저하 ②일관성 없는「코칭·스태프」와 작전의 부재 ③금융 정상화 이후 선수들의 의욕상실 ④협회의 나태와 해외정보의 어두움 ⑤「드래프트」제도에 의한 누적된 병폐 등을 들고있다.
한국「팀」은 금년 들어 급작스런 세대교체 바람이 불어 조영순·조영자·김재순이 은퇴, 유쾌선은 신병으로 도중하차, 그리고 윤정노 등을 아무 대비책없이 사퇴시켜 「리더」가 없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출전했다.
반면 일본은 「올림픽·티키트」를 따내기 위해 은퇴했던 「와끼다시로」(협전대·27) 「사다께」(좌죽·27)「야마모도」(산본·27)등의 「베스트」를 복귀시키는 끈질긴 집념을 보였다.
또 다시 바뀐 「벤치」의 작전부재가 두드러져 일본의 대인방어에 대해 한국은「패스·미스」만을 연발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것은 「드래프트」제도의 병폐에서 전력이 약화됐다는 것이 농구계의 중론이다.
선수 「스카우트」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71년부터 실시한 「드래프트」제도는 선수와 부모·지도자들의 의욕을 상실시켜 상대적으로 배구 등 다른 종목에 선수들을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했고 여기에 협회의 「매너리즘」에 빠진 무성의가 크게 작용해 농구 「붐」의 조락을 더욱 부채질했다.
따라서 많은 농구인들은 79년 제8회 세계여자선수권대회를 서울로 유치한 한국이 신인발굴과 육성 등 과감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여자농구에 있어 하위국으로 떨어질 것은 명확관화하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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