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단은 통합돼야 한다|황용주<대한기원 이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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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평소 남달리 바둑을 즐기던 터여서 이번 대한기원 이사장 직을 맡으면서 새로운 의욕이 솟는 것도 사실이나 양분된 기단을 통합시켜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어깨가 무거워진다.
이사장 직에 취임하기 전에 한국기원잔류기사, 대한기원 소속기사, 그리고 무소속 기사들을 따로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결과 그 같은 기단파동은 이념의 차이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따라서 기단은 하나로 존재하는 것이 옳다는 내 나름대로의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번의 기단파동은 기사들이 한국기원의 운영에 참여치 못했다는데서 비롯된 것 같다.
물론 그것을 이유로 집단탈퇴를 감행한 기사들의 자세가 전적으로 옳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기사라는 직업이 특수한 전문직이니 만큼 그들의 모임체인 기원이 그들 자신의 민주적인 방법에 의해 운영돼야 한다는 것은 하나의 근본원칙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경제개발도 중요하고 문화예술·「스포츠」의 향상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둑의 발전이다. 조치훈군이 일본에서 이룩한 쾌거로써도 쉽게 짐작될 것이다. 바둑은 이제 취미생활의 한 방법으로서가 아니라 이성·창조·신앙적인 것을 모두 포함하는 고도의 예술로서 인정받고 있다.
바둑의 중요성이 이처럼 높이 평가되고 있는 이때 기단의 양분은 우리 바둑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지언정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대한기원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를 기단통합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기원을 가장 사랑하는 것은 누구보다도 전문기사들이다. 그들의 생산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원이 기사를 위해 신경을 써야 할 것은 후생문제다. 생활 걱정 없이 우수한 기사가 되도록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기원은 압도적인 다수기사들이 한국기원을 탈퇴, 창립한 단체지만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기원의 책임자로서 당장은 기사들을 위해 구체적인 뒷받침이 돼 줄 것이 없다. 그러나 오직 기도발전을 위해 꾸준히 정진하는 기사들을 바라볼 때 우리바둑의 장래는 밝다고 할 수 있겠다. 3백만 바둑「팬」과「매스컴」등 관계기관이 보여준 성원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되풀이해서 말하거니와 우선 기단통합을 위해 꾸준한 노력으로 대화를 나눌 것이며 상호 이해의 폭을 좁힐 것이다. 바둑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무엇이 바둑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가를 알 수 있을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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