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서도 불꽃튀는 중-소 각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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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방콕=이창기 특파원】중공의 태국주재 대사관 설치를 눈앞에 두고 오래 전(56년 수교)부터 미리 와 있던 소련 대사관이 선제공격을 벌이고 있다.
소련대사관은 우선 정부「레벨」에서는 관계개선을 떠들어대면서도 중국공산당은 계속 태국공산「게릴라」에 동조하고 있는데 대해 화살을 겨누고 있다.
소련 대사관직원들은 사석에서 태국외무성 직원을 만나면『공산주의 국가에서는 정부가 당의 아래 있기 때문에 중국공산당이「게릴라」를 지원하는 것은 바로 중공정부의 짓이다』라고 부아를 돋운다.
이들은 또 당과 국가기관에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 등소평은「협잡꾼」이라고 넌지시 암시하기도 한다.
소련의 조바심은 사소한 일에도 드러난다. 태국무용단이 금년 말 북경을 방문할 계획임이 밝혀졌을 때 소련 대사관은 부랴부랴 외무성으로 달려가서 무용단이「모스크바」를 먼저 방문해 달라고 즉석초청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소련 쪽이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는 역시 첩보활동이다. 소련의 동남아지역 첩보본부가「방콕」시내 운하가인「사돈」가의「핑크」및 흰색 벽으로 된 낡은 건물이라는 사실은 이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현재 태국에는 2백33명의 소련 인들이 살고 있는데 이중 1백21명이 대사관직원 및 가족이고 60명이 상업대표단, 20명이「아시아」-태평양지역경제사회위원회(ESCAP)직원, 4명이 「타스」통신기자, 8명이「에러플로트」항공직원, 8명이「민센」소련수출회사직원, 2명이「타소스」해운공사 직원이다.
이밖에 평균 30명의 소련 인들이 이 나라로 들어오거나 나가고 있다.
이들 중 외교관여권을 가진 자는 겨우 60명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 많은 사람들 중에 KGB(비밀경찰)와 GRU(군 첩보 대)요원이 많이 섞여 있을 것은 확실하다.
인지사태이후 GRU요원은 많이 줄고 정치공작을 주임무로 하는 KGB요원이 크게 불어난 것으로 서방 정보소식통들은 분석하고 있다.
대사관의 참사관 직함을 가진「빅토르코제미아킨」이 지휘하는 거대한 소련 첩보조직은 주로 학생과 관리들 사이에 침투하여 중공의 영향력을 배격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끌어가는데 노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시에 소련대사관은 중공대사관이 도착하기 전에 태국과의 문화협정을 매듭짓고, 또 대사관 부 무 관직의 신설을 서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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