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인상 결정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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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원유가 10%인상 결정은 산유국「파워」의 한계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73년「오일·쇼크」때와는 달리 산유국은 석유 값을 함부로 크게 올릴 수 없는 형편에 있다. 미국을 비롯한 소비 국들의 대응자세와 세계경제에의 충격 때문에 원유 가를 대폭 올리면 산유국에 오히려 손해가 돌아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OPEC총회에서도 대폭인상 주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에콰도르」「알제리」「가」「이라크」「리비아」등 소위 강경파는 원유 가를 크게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74년 이후 금년 상반기까지「달러」구매력은 35%나 떨어졌으므로 74년 말에「배럴」당 38센트를 인상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최소한 15%이상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국가는 원유매장량이 적고 또 외환사정이 절박하기 때문에 원유 가를 대폭 올려 외환수입을 당장 늘려야 할 입장이다.
그러나 최대 산유국인「사우디아라비아」는 매장량도 많고 또 외환이 넉넉하므로 유가의 대폭인상으로 대체「에너지」가 개발되고 석유수요가 감퇴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하다.
때문에「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 OPEC총회에서 처음 유가동결을 주장하기 까기 했다. 또「이란」도 외환 사정이 절박하기는 하지만 원유 가를 대폭 올리면 가뜩이나 불황에 허덕이는 세계경제에 더욱 충격을 주어 석유수요감퇴를 장기화한다는 점에서 소폭인상 쪽으로 기울었다. 「쿠웨이트」도 비슷한 입장이다.
결국「알제리」등의 대폭인상주장은「사우디」를 선도로 한 온건파의 견제 때문에 10%인상으로 주저앉은 것이다. 또 정치적으로도 산유국들은 미국의 강경한 경고와 자세에 정면대결하기를 회피한 것 같다. OPEC는 작년 6월 총회에서「달러」가치의 하락에 의한 석유수입감소를 막기 위해 원유 가를「달러」아닌 SDR(특별인출권)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결의를 한바 있으나 최근「달러」가 오히려 강세를 보임에 따라 이는 유야무야 되고 말았다.
또 미국의 중재에 의한「이스라엘」과「이집트」간의 휴전협정성립도 유가소폭인상에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원유 가가 10%인상되어「배럴」당 10.46달러에서 11.51달러로 1달러5센트만 올라도 원유 소비 국의 연간외화추가부담은 약 1백억 달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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