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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본체는 마음이다"|탄허 스님<서울대 원암조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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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흔히들 불교의 교리는 너무 방대하고 심오하다고 불 말한다. 물론 부처님께서 49년 동안 설법하신 내용이 담긴 8만4천여 권, 5천부 질에 이르는 불교경전을 적은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불교의 철학은 한마디로『우주의 본체는 마음이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부처님의 대자대비와 불가의 모든 종교적인 자훈은 이 한마디의 진리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것이다.
원래 석가모니께서는 처음 화엄경을 설하셨으나 이를 못 알아들어 결국은 기초과정이라고 할 아함경에서부터 시작해 올라갔던 것이다. 즉 불교경전들을 현대교육과정에 비유하면 방등경부가 중학, 반야경부가 고교, 법화경부가 대학과정에 속한다.
수학의 한 공식을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까지 정도를 높여 이해시키듯이 불가의 진리도 정도를 달리해 강화하는 것뿐이다. 그러니까 8만 대장경이라는 엄청난 불교경전도 하나로 꿰뚫어 이해를 하고 나면 아주 간단명료한 것이 된다. 불교 교리가 어렵고 방대하다는 얘기는 중학과정이나 고등학교과정 한 부문만을 보았을 때 하는 말이다.
불가에서는 우주의 생성을 업의 인으로부터 인과필정의 원리에 따른 과 가 생겨 윤회하는 것으로 본다.
범어의「칼마」(갈마)를 번역한 업이란 말은「만든다」「짓는다」「한다」등의 활동을 의미한다.
마음에 한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업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착한 생각도 하나의 업으로 보고 이를 선업이라고 한다.
업은 그 인에 대한 어떤 결과가 올 때까지 소멸하지 않는 업력불감의 원리를 갖는다.
그래서 불가에서는 십악업을 금하고 십선업을 행하라고 한다. 십악업이란 살생·도둑질·사음·사기·아첨·이간질·욕설·탐육·화냄·어리석음을 말하는 것이고 이의 반대가 십선업이다.
악 업을 금함은 소극적인 수도방법이며 십선을 행하는 것은 적극적인 방법이다.
십 악을 줄인 오계(불살생·불투도·불사음·불망어·불음주)만 지키면 인도에 태어나고 십선을 행하면 천교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방생이나 보시·범행 등은 살생·도둑질·음행을 금하는데서 더 나아간 적극적인 선행인 것이다.
물론 이런 얘기들은 불교교리로 보면 기초적인 수준이지만 오늘의「사회악」이란 것이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악 업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다시 한번 되씹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업은 마음이 미 한데서 비롯된다. 원래 사람의 마음이란 청정한 게 본성이지만 번뇌나 망상의 객 진이 들러붙어 업을 짓게 한다.
망상이 붙지 않은 마음의 본체를「진여」라고도 한다.
세태가 각박하다느니 인심이 각박하다느니 하는 말들을 들을 때마다 지급이야말로 모두가 청정한 자기 마음의 본체를 다시 한번 가다듬어야 할 때라는 것을 새삼 절감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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