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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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본심에 넘겨진 작품은『아골 골짜기』(정혜연),『사할린』(주명영),『조해지』(이치흔),『신초향』(도숙종),『청동기』(김신운),『세 자매』(이기순),『땅에 엎디어』(지요하),『강씨네 집 형제들』(안귀주),『이정표』(장원석),『혈맥』(이정수)등 10편이었으나 본심 진행과정 중『땅에 엎디어』『강씨네 집 형제들』,『이정표』,『혈맥』등 4편이 탈락하고 나머지 6편이 최종심사 대상이 되었다.
이번 응모작품들은 각기 그 나름대로의 결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기 장편소설로서와 틀을 갖추고 있었으며 특히 최종 심사대상이 된 6편의 작품은 상당한 수준을 보인 작품들이었다. 그러나 완벽한 작품은 기대하지는 않더라도 그 작품들이 지닌 부분적 결함은 「당선」에 이르는데 적지 않은 장애가 되었으며 신문연재소설이라는 점을 전제로 할 때 『과연 널리 읽힐 수 있는 것이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가령『아골 골짜기』같은 작품은『「마르테」의 수기』(릴케 작)를 연상케 할 정도로 높은 문학성을 보이고 있으나 널리 읽힐 수 있는 소설로서의 구성이 약해 전체적으로 무겁고 지루한 느낌을 주었다. 반면『신초향』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엮어 가기는 했지만「테마」가 전시대적이고「스타일」이 낡아 주제가 무엇인지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사할린』은 신문소설을 의식하고 쓴 대단한 역량을 보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사할린」교포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복잡한 사건변화를 지루하지 않게 설득력 있게 전개시킴으로써 재미있게 읽힌다. 그러나 주제가 분명한데도 그 주제를 재대로 살리지 못했으며 전체적으로 초점이 흐린 흠이 있다. 까닭은 아직도 문학성의 개발에 많은 여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사할린」에 비하면『청동기』는 높은 지적수준을 보이면서 의의의 내면세계를 파고든 무게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문제는 구성·문장이 그 문학성을 뒷받침하지 못했다는데 있으며「카뮈」,「사르트르」의「스타일」용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자연스럽지 못한 분위기를 형성했다는데 있다.
「조해지』도 구수하게 읽힐 수 있는 작품이지만 부분적으로 이야기가 밀도 없이 장황하게 서술됨으로써 입담은 좋지만 잔소리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준다. 또한『세 자매』는 세련된 작품인데 반해 사건 전개에「템포」가 느리고 짤막짤막한 문장에 윤기가 없는 흠이 있다.
결국 최종평가에서 논의된 6편은 모두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작가 등에 의해 정성 들여 쓰여진 작품들이기는 하지만 그 한편 한편이 결함을 지닌 대로 완성된 한 작품의 구실을 할 수 있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신문연재소설의 당선작으로는 부적합하다는 점에서 재 모집에 다시 기대를 걸 수밖에 없었다.

<백 철, 안수길, 유주현, 조연현, 황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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