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코」36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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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최근「스페인」의 한 단편소설을 읽은 일이 있다. 「호세·아미요」라는 작가의『넥타이 장수』.
어느 삼류양품점의 점원이「넥타이」행상을 하는 얘기다.
그러나 이 작품의 주제는 한마디로 세상사는 재미가 없다는 얘기를 하려는데 있는 것 같다.
그의 아내는 매사에 흥미를 잃고 산다. 어느 날 남편이 장사가 잘되어 어깨춤을 추면서 들어와도 본 듯 만 듯 했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이렇게 독백처럼 절규하고 있었다.『…모든 게 그 망할 놈의 단조로움 때문이야. 참을 수 없는 그「단조로움」말이야.…』
「프랑코」총통이 집권을 한지는 36년이 지났다. 올해 그의 나이는 82세. 최근 외신이 전하는 근황사진을 보면『정말 늙었구나』하는 인상을 역력히 보여주고 있다. 멍청하게 서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모습은 36년 독재자의 그 건장했던 모습과는 다르다.
근착 외지에 따르면「프랑코」는 요즘「예스」와「노」라는 두 마디만으로「스페인」을 통치하고 있다.『하지만 그것만으로도 통치에는 지장이 없다』는 한 측근자의 말이「아이러니컬」하다.
최근 그는 곧 권좌에서 은퇴하리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일설에는 그 시기가 10월초가 될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이와 함께 반「프랑코」파의 저항운동도 한결 활기를 띠고 있는 것 같다.
투옥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그들의 사회활동을 봉쇄하는 공민권 제한 법이 제정되기도 한다.
그러나「프랑코」는 그의 수명만큼은 집권하리라는 관측도 있다. 그의 수명은『오늘·내일…』하는 형편은 아닌 것 같다.
그의 가문은 전통적으로 장수를 자랑하고 있다. 그의 부친은 96세까지 살았으며, 조부는 무려 1백세를 넘겨 두 살이나 더 살았다.「프랑코」자신은『하나님이 이 걷잡을 수 없이 헝클어진 나라를 잘 길들여 주도록 나에게 책임을 맡겨 주셨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낙관만은 못할 일이다. 천수는 누구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며,「예스」와 「노」만의 통치로는 더구나 불안하다. 그의 뒤를 이제까지 받쳐 주었던「카톨릭」의 지주도 사실상 흔들리고 있다. 어떤 과격파 성직자들은 공산세력과 야합, 폭력을 서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른바 「바스크」의 독립을 외치는「자유 파」나 반「프랑코」연합 세력인 「스페인」민주평의회의 저항도 만만치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그의 자연연륜과 국민들의 무관심이다.『단조로운 생활』에 반발하는 심리는 우연한 일이 아니다. 끝도 없이 계속되는「프랑코」의 집권은 어쩌면 모든 사람의 생활까지도 단조롭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들은 활기를 필요로 하며,「프랑코」가 그것을 베풀기엔 너무 늙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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