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불효」빌며 성묘|조련계 교포들 친지들과 차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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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고국을 방문중인 조총련계 재일동포 추석성묘단 7백여 명은 20일 오랜만에 가족·친지들의 따뜻한 품속에서 추석을 맞아 햅쌀로 빛은 송편 등으로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했다.
【대구=김종원 기자】 대판시에서 살다 33년 만에 귀국한 김기수씨(64)와 송선례씨(59)부부는 37년 전에 사망한 아버지 김상한씨의 묘를 비롯, 13대 선조들이 묻힌 경북칠곡군인동면왕원1동 선산을 20일 상오 47년 만에 형제들과 함께 성묘했다. ◆ 기수씨가 부산에서 사온 북어와 김·과일 등으로 제사상을 차린 이들 형제는 찬수씨 집 마당에서 따온 밤과 대추를 한접시에 소복히 담아놓고 제사를 지냈다.
찬수씨의 장남 병철씨(48)는 마을길에 피어있는「코스모스」를 한아름 꺾어 묘비 뒤에 놓았다.
미처 한복을 준비 못해 일본에서 입었던 양복차림으로 성묘한 기수씨와 송선위씨는 가족들 앞에서 묵묵히 향을 피우고 합장한 후 재배했고 가족들은 이를 지켜보며 눈물을 참느라고 울먹였다.
김씨는 동생 인수씨(62)맏형 찬수씨(65)와 함께 47년 전 일자리를 찾아 일본으로가 안경점에서 직공으로 일해왔으나 해방이 되자 동생과 맏형은 기수씨 부부만 남겨놓고 모두 귀국, 현재 간장공장에서 월5만 「엔」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는 것. 2남3녀 중 아직 미혼인 두 아들과 딸이 철공장에 나가 살림을 꾸려 나간다고 했다.
【부산=이무의 기자】추석 성묘단 제2진으로 들어온 김복덕씨 (49·여·일본명고옥시수산구)는 추석날인 20일 아침 경남김해군김해읍계동 뒷산 아버지묘소를 찾아 31년 간의 불효를 빌며 무덤을 부둥켜 안은 채 통곡했다.
동생 김상곤씨 (26)의 부축을 받으며 술잔을 따르고 송편을 떼어놓은 김씨는 『해마다 추석이 되어 햅쌀밥을 먹을 때면 고향에 계신 아버지 생각에 목이 막혔었다』면서 『이제 돌아와서는 돌아가신 분 앞에 성묘로 음식을 올리니 더욱 가슴아프다』 고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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