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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젖은 한가위|성묘객 줄고 거리한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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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0일은 한가위-.
햅쌀로 송편을 빚어 햇과일과 함께 조상의 산소를 찾아 차례를 올리고 감사드리는 날. 특히 올해는 7백여 명의 조총련계 재일동포들이 처음으로 성묘 차 귀국, 30년 또는 40여년 만에 가족들과 상봉하거나 조상의 묘를 찾는 등 감격적인 모습이 많아 더욱 깊은 추석이 됐다.
올 추석은 게다가 연휴를 맞아 예년보다 많은 성묘객들이 귀성길에 올랐으나 잔뜩 찌푸린 날씨에다 새벽부터 비가 내려 조상의 묘를 찾는 성묘객들의 발길은 훨씬 줄었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상가는 대부분 철시, 거리는 한산했다.
가랑비를 무릅쓰고 서울 망우리와 동작동 국립묘지 및 경기도 벽제와 용미리, 4·19묘지를 찾는 성묘객들은 우산을 받쳐든 채 차례를 지낸 다음 총총히 돌아가 예년과 같은 교통혼잡은 없었다.
또 임진각에서는 예년과 같이 실향민들의 망향제가 열려 큰 명절날 엄습해 오는 서글픔을 달래기도 했다.
한편 서해와 동해에 폭풍주의보가 내려져 20일 상오 인천항에서 여객선을 타려던 도서지방 귀성객 7백여 명의 발이 묶였다

<붐비지않은 인파 -망우리>
4만6천7백37기가 잠들고 있는 망우리 공동묘지에는 상오 7시부터 성묘객들이 비를 맞으며 조상의 묘를 찾았으나 예년과 같이 인파가 붐비지는 않은 편.
성묘객들은 하나같이 우산을 받쳐들고 성묘를 한 뒤 총총히 산을 내려가 묘역은 한결 깨끗했다.
경찰은 21일까지 2일 동안 10여만 명의 성묘객이 몰릴 것으로 보고 묘지입구에서 교통을 통제하고 임시파출소 2개소를 설치, 경비를 했으며 동대문구청은 급수차·구급차·휴게소·공중전화 등을 설치했다.

<국립묘지>
동작동 국립묘지에는 이른 아침부터 가을비를 무릅쓰고 꽃과 햇과일·송편보따리를 든 성묘객들이 찾아들었다.
고 육영수 여사 묘소에는 새벽5시30분 국회의원 이도선씨가 처음으로 다녀갔고 상오8시30분에는 정일권 국회의장과 길전식 공화당 사무총장, 국회의원 20여명이 다녀간 후 9시 이후 일반 성묘객들이 줄을 잇고있다.
고 이승만박사 묘소에는 상오 8시 미망인「프란체스카」 여사가·며느리 조혜자씨, 손자 병구·병조군 등과함께 다녀 갔으며 우범수씨 오준석씨·전 육군여군부장 김현숙씨 등이 화환을 놓고 갔다.
지난 7윌14일 광주 무장공비 소탕작전에 참가했다가 전사한 막내아들 김태중 상병(22)묘를 찾아 여수에서 19일 상경한 김동화씨 (63·여수시덕충동 12 60의6)는 새벽 5시부터. 비가 내리는 것도 잊고 아들의 묘비를 다듬으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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