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근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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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몇 년 전「프랑스」에서「출세하지 않는 법」이란 책이「베스트셀러」가 된 일이 있었다. 그 독자들의 심정을 짐작할 만하다. 이웃 일본에선『세금을 많이 내는 비결』이란 책이「베스트셀러」가 되었었다. 그 독자들의 심보도 역시 이해할 만하다. 설마 세금을 남보다 더 많이 내고 싶어서 그런 책을 읽는 사람이 있었을까…싶다. 사람의 미묘한 이중심리를 꿰뚫은 책들인 것 같다.
이 넓고 넓은 지상에 도대체 세금이 없는 곳은 없을까. 없지는 않다. 「모나코」와「마카오」. 이들은 주로 관광에 의한 수입으로 재정을 유지하고 있다. 외국사람들은 이런 곳에 관광은 갈 수 있겠지만, 살수는 없다.
조세의 역사를 들추어보면 별 희한한 세금들이 다 있었다. 봉건시대의 일이지만, 「러시아」황제는 콧수염을 기르는 사람에게는 별도로 세금을 부과했었다. 「프랑스」에선 주택마당에 두른 담장의 길이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왕도 있었다.
일본에서도 집의 창과 현관의 크기, 그리고 하녀의 수에 따라 세금을 물리던 시대가 있었다.
한때 일본에선 강도에게서도 소득세를 받아내면 어떠냐하는 논의가 일어, 웃지 못할 물의를 빚었었다. 강도의 수입을「잡소득」으로 분류하고, 시설비(도구 등)·교통비·복면대, 그밖에 필요경비를 제하고 남은 소득을 납세의 대상으로 하자는 것이다. 설마 객설이겠지만, 그 본심은 세금에 대한 혐오에서 비롯되었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표면상의 조세부담솔로는 너그러운 나라다.
금년의 경우, 추경예산까지 합한 조세부담률은 불과 16.5%에 불과하다. 『그렇게나?』하고 놀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흔히 20%가 넘는 외국의 경우와 비교하면 가벼운 편이다. 미국이나 영국은 모두 25% 가까이 되며 서독과 같은 나라는 35%나 된다. 「프랑스」도 20%를 넘고, 일본도 여기에 가깝다.
하지만, 이들 나라의 국민들은 각종 사회보장으로 세금을 되돌려 받는다. 문제는 순부담률이다.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순부담률은 10%를 좀 넘을 정도밖에는 되지 않는다.
최근의 통계에 따르면 당국은 갑근세의 경우, 징수목표를 훨씬 넘어 35%의 초과달성을 보여주었다 한다. 연말까지는 금년 목표액의 2.24배를 징수하게 되리라는 전망이다. 『세금을 많이 내는 비결』이란 책이 우리나라에서 발간되었더라면 필경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을 것 같다. 「셀러리맨」들은 이미 그것을 다 실천하고 있으니까.
문제는 최저 생계비의 현실화, 부양가족공제액의 확대 등이다. 국민의 생활안정이 없는 징세의 초과달성은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해 불만한 일이다. 갑근세대상자의 보호야말로 사회안정의 제1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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