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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진 광대역 수비 … KT, 4강 신호 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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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노장의 투혼과 영리한 벤치의 전략. 2013~2014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KT가 전자랜드를 꺾은 원동력이다. KT는 16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전자랜드를 75-64로 여유 있게 따돌렸다. 2승1패가 된 KT는 4강 플레이오프까지 1승만 남겨 놨다.

 1차전에서 2점 차로 승리한 KT는 14일 2차전에서는 전자랜드의 강력한 압박 수비에 말려 62-79로 대패했다. 4쿼터 막판 KT는 아예 경기를 포기했다. 3차전을 앞두고 KT 주장 송영진(36)은 후배들에게 “터프하게 하자. 매치업 상대에게 한 점도 주지 않겠다는 각오로 뛰자”고 분위기를 다잡았다. KT는 벌떼 같은 협력 수비로 1쿼터 전자랜드의 첫 번째 공격을 무산시켰다. 더블팀에 걸린 전자랜드는 경기 시작 1분도 되지 않아 20초 작전타임을 썼다.

 1쿼터 15-8로 앞선 KT는 2쿼터에도 점수 차를 벌려 나갔다. 송영진이 상승세에 불을 붙였다. 19-10으로 앞선 2쿼터 2분53초 3점슛을 꽂아 점수를 22-10으로 벌렸다. 2쿼터 8분13초에도 29-20에서 3점을 추가하며 다시 12점 차로 달아났다.

 3쿼터에도 송영진은 경기 흐름을 노련하게 조율하며 전자랜드의 추격을 잠재웠다. 32분48초로 KT 선수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뛴 송영진은 3점슛 2개를 포함해 13점·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조성민(19점), 후안 파틸로(13점·5리바운드) 못지않은 활약이었다. 전창진 KT 감독은 “오늘 승리는 송영진이 선사한 선물”이라고 칭찬했다.

 거친 몸싸움을 하는 송영진은 무릎·발목·갈비뼈 부상을 달고 산다. 급성맹장염·대상포진·뇌수막염에 걸린 적도 있다. 2004~2005 시즌 후 LG가 자유계약선수(FA) 현주엽을 영입하자 KT는 보상 선수로 송영진을 지목했다. 송영진은 지금까지 외국인 빅맨들과 육탄전을 벌이고 있다. 1차전에서 가벼운 발목 부상을 입었지만 계속 몸을 던졌다.

 전략에서도 KT가 이겼다. 가드가 드리블로 하프라인을 넘으며 경기를 풀어 나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날 KT는 포워드인 파틸로(1m96㎝)와 센터 아이라 클라크(2m)가 그 역할을 했다. 전 감독은 “2차전에서 상대 가드들의 강압 수비에 막혀 전태풍·김우람 등 포인트 가드가 힘을 너무 많이 뺐다. 상대 포웰은 수비를 열심히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파틸로와 클라크로부터 공격을 시작해 경기를 쉽게 풀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프로 감독 중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40승 고지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그는 “당초 5차전까지 예상했지만 솔직히 다시 인천으로 가고 싶지는 않다”며 승부를 4차전에서 끝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4차전은 18일 같은 곳에서 열린다. 3차전에는 9124명의 관중이 찾아왔다. 올 시즌 정규리그를 포함해 한 경기 최다 관중 기록이다.

 한편 15일 경기에서는 SK가 4쿼터에서 15점 차 열세를 뒤집으며 오리온스를 80-78로 꺾었다. 2연승을 거둔 SK는 4강 플레이오프의 진출의 9부 능선을 넘었다.

부산=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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