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는 고달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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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나라 주부의 약 88%가 불안과 초조로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보고가 최근 발표 되었었다. (서울 YWCA조사) 그 내용을 반증하듯 한국 주부는 하루 11시간 이상을 가사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또 다른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주목을 끈다. 연세대 윤복자 교수(가정대주생활과)가 서울의 주부를(292가구)대상으로 조사한『주부의 가사노동 및 작업시간』의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주부가 하루에 가정 일을 돌보는데 보내는 시간은 평일에 평균 8.8시간, 주말에는 7.4시간이었다. 가정부가 있는 경우는 평일이 5.6시간이었고 가정부가 없는 가정은 11.6시간이었다.
가정부가 있는 가정의 주부는 평일 평균 6.3시간인데 비해 주말은 오히려 늘어 8.2시간. 집에서 쉬는 자녀와 남편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이 가사에 충담됨을 알 수 있다.
직장을 가진 주부는 전체의 13.5%였는 데 그 경우 모두 가정부가 있었다. 직장을 가진 주부가 주일에 집안 일을 돌보는데 보내는 시간은 5.8시간이었고 주말이면 휠씬 늘어 7.9시간.
직장을 가진 주부는 주말에도 쉴 사이 없이 그동안 밀린 가사에 충당해야 하는 고달픈 생활의 일면을 나타내고 있다.
직장을 가지지 않은 주부가 주일가사를 돌보는데 보내는 시간은 9.3시간, 주말은 7.2시간이었다. 만 5세미만의 어린이가 있는 가정은 그중 19%가 가정부가 있었다. 이 경우 주부는 평일 7.8시간을, 주말에는 9.1시간을 가사에 충당해야했다. 어느 평균보다 1시간이상이나 긴것으로 자라는 어린아이가 있는 주부가 휠씬 더 격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5세미만의 어린이가 있고 직장을 가진 주부는 모두 가정부가 있었지만 평일에 평균 5.4시간을 어린이 돌보기와 가사에 보내고 있고 주부에는 11.7시간을 보낸다고 되어 있어 새삼 직장생활과 육아를 함께 해야하는 여성의 어려움을 느끼게 한다.
가정부가 없는 가정의 경우 노동력이 있는 가족이 가사에 협조하는 비율은 전체의 11.6%로 딸(9.6%), 할머니(4.7%), 남편(3%)의 순이다.
가사노동은 주로 식사준비·어린이 돌보기·청소·세탁 등으로 직장을 가지지 않은 주부의 경우 식사준비를 위한 시간이 가장 길었고(2.6시간), 어린이 돌보기(2.4시간), 의복손질(1.7시간), 물건구입(0.6시간) 의 순.
가정부가 없는 한국 주부의 가사노동시간 평일 평균 11시간을 외국의 경우와 비교하면 미국 6.7시간, 일본 9.3시간, 「헝가리」9시간보다 휠씬 높다.
가정 일을 간편하게 하는 가사기구보유 및 설비 정도를 보면 전기기구 보유율이 상당히 높아 냉장고가 79.5%, 전기 「믹서」(73.7%), 「토스터」(63.6%) 등을 가진 가정도 많다.
특히 「토스터」를 가진 가정이 절반을 휠씬 넘는 것은 하루 한끼, 최소한 간식으로라도 분식을 즐기는 가정이 많아진 식생활의 구조적 변화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개스·레인지」나 「오븐」은 39.8%, 아직도 절반을 휠씬 넘는 가정(62.6%)이 연탄 난로를 취사용으로 사용한다.
부엌의 입식작업대는 75.4%, 수세식변소·목욕시설을 갖춘 가정은 절반을 약간 넘었다(54%).
경제력이 허락한다면 갖추고 싶은 가정용품이나 설비로는 전기세탁기가 가장 많았고(30%), 다음은「개스·레인지」와 「오븐」. 수세식변소는 희망도가 아주 낮아(5%) 아직까지도 한국의 주부는 위생관념이 낮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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