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의 남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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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농어촌에서 항생제나 독극물이 함부로 팔려 의약품 취급에 적신호가 울리고 있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한다.
이 같은 현상은 보사부가 병원과 약국이 없는 농어촌 지역주민을 위해 소화제·진통제 등 17개의 약품만을 취급할 것을 조건부로 허가한「의약품 취급지정 대리인」들이 금지규정을 어기고 제멋대로 불법적인 매약 행위를 하고있기 때문이다.
1천6백 여명에 이르는 이들 대리인은 그 대부분이 무의촌 주민들의 무지를 기화 삼아 즉효가 있는 마약성 의약품 또는 항생제를 함부로 판매함으로써 돈벌이에만 열중, 심지어는 청산가리와 살충제 등의 독극물까지 팔아 넘겨 빈번한 인명사고까지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약품의 남용, 그 중에도 특히 불량·유해약품의 범람으로 인한「약품공해」는 오늘날 비단 농어촌 주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민들에게까지 이러한 풍조가 만연함으로써 전국적으로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터이다.
이러한 약품공해는 그 직접적인 원인이 감독 소홀과 악덕약품「브로커」들의 직업윤리 망각에 있음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소비자들의 그릇된 약 만능풍조에도 그 책임의 일단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의약품의 괄목할만한 발달은 인류의 질병퇴치와 건강유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 명백한 사실이지만, 어떤 약품도 그것을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큰 폐해를 가져올 위험성이 짙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한 예로 흔히 만병통치약처럼 생각되고있는 항생제만 하더라도 이를 잘못 사용하거나 남용할 경우, 치명적인 부작용이 일어날 수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의 체질에 따라 인체의 골수·간장 등에 심한 독성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대체로 체내의 필요한 세균까지 죽여버리는 결과를 가져오며, 또 병원균의 내성조장·균교대증·「알레르기」발생 등의 무서운 부작용을 일으키는 속성이 있다.
이래서『무해의 항생제는 없다』는 말까지 나왔지만 그것은 또한 여타의 진통제·습관성의약품·영양제 등 모든 약품에도 해당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처럼 위험하기 이를데 없는 약품공해의 만연을 막기 위해 보건당국은 이제부터라도 좀더 효과적인지도, 감독태세를 갖추어야 하겠고 약사법상의 미비점도 하루속히 보완해야 할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이제 교사는 진단과 처방만을, 그리고 약사는 이 처방에 의한 조제·투약만을 허용케 하는 의약분업제도의 운영도 단계적으로 실시할 준비를 서둘러야할 것이다.
끝으로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국민들이『약은 원칙적으로 독』이라 생각하여 약에 대한 지나친 의뢰심·남용 등의 그릇된 습관을 버리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시대에나 가장 바람직한 것은 인체자체의 근원에 있는 자연회복의 힘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병을 치유하려는 태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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