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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이 되면 K스토리도 된다 … 한국의 꿈, 세계에 팔 것”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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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의 공백 뒤 복귀한 김미경 더블유인사이츠 대표가 서울 하중동 집필실에서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그가 돌아왔다. 김미경(50). 한때 서점가 10대 베스트셀러 목록의 절반을 자신의 책으로 채워 넣었던, 케이블채널에 자신의 이름을 딴 TV쇼를 방송했던, 최고 연예인만 초대되는 지상파 간판 토크쇼까지 등장했던 그다. 지난해 3월, 한 대형 강당에서 열린 그의 강연 콘서트에는 5000명의 인파가 몰렸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오전 7시부터 관객들이 줄을 섰다. 최고의 전성기였던 그달 말, 그는 갑자기 모든 활동을 접어야 했다. 학위 논문 표절 사건이 불거진 것이다. 강의가 끊기고 TV쇼가 폐지됐다. 회사 더블유인사이츠의 직원 절반을 내보냈다.
그리고 1년 만에, 그가 다시 돌아왔다. 새 책을 내고, 15일 시작된 JTBC 토크쇼 ‘김미경·전현무의 나만 그런가’ 진행자로 나섰다. 1년간의 휴식기 동안 그는 조금 바뀌었다. 겉은 부드러워졌다. 늘 “꿈을 가지라”고 목소리 높이던 그가 “내려놓는 법도 배울 만하더라”며 편하게 웃었다. 속은 단단해졌다. “1년 동안 한국의 꿈 이야기를 해외에 팔 방법을 궁리했다”는 것이다.

김미경의 전공은 꿈이다. 목표와 성취, 노력과 인내 같은 단어가 따라붙는 그런 꿈. 출판가가 온통 ‘힐링’과 ‘위로’ 열풍에 휩싸였을 때도 그는 “힘들지”라고 등을 두드려 주기보다 “앉아 있을 때가 아니다”며 등을 떠미는 쪽이었다. 오죽하면 『언니의 독설』이란 제목의 책을 냈을까. 그랬던 그가 1년 만에 조금 달라졌다. “꿈을 꾸는 것도 버거운 사람도 있었을 텐데, 그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새 토크쇼 제목이 ‘나만 그런가’이다.
“예전 ‘김미경쇼’와 많이 다르다. 그땐 주제가 ‘꿈을 향해 뛰어라’였다. 꿈을 이룬 사람들이 나와 경험을 들려주고 우리가 배울 점 세 가지를 딱딱 정리해주는. 해결책이 금세 나왔다. 각자가 가진 운명을 좀 더 들여다볼 거다. 나만 뒤처지나, 나만 이렇게 취업을 못하고 있나, 나만 부모 노릇을 허술하게 하는 건가 하는 그런 고민을 나눌 거다.”

-바뀌게 된 계기가 논문 사건인가.
“맞다. 한참 동안 집필실 창가에 앉아 도 닦듯이 그 일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이게 운명이라는 걸 받아들였다. 덜컹거리지 않는 인생이 없는데 내게 그 순간이 온 거다. 내가 운명에 발이 묶여 보니까 그동안 내가 얘기를 건네지 못한 사람들이 떠올랐다. 꿈을 향해 가려고 굉장히 애를 쓰는데도 운명에 발목이 잡힌 사람들 말이다. 아버지가 알코올중독이라거나 가정폭력을 당한다거나 하는 청소년들같이, 한마디로 꿈 근처까지 오기엔 너무 먼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전엔 그런 사람들까지 생각하진 못했던 거다. 내가 하는 꿈 얘기가 그 사람들에겐 얼마나 버거웠을까 싶더라. 미안했다.”

-결국 힐링으로 돌아선 건가.
“힐링은 힐링이다. 그런데 돌아섰다고 볼 순 없다. 내가 생각하는 힐링은 예전에도 지금도 꿈을 이루는 거다. ‘내가 할 수 있을까’가 ‘해냈네’로 바뀌면 그게 최고의 힐링 아닌가. 위로의 말을 아무리 건네도,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한 해답을 얻지 못하면 진짜 치유가 되진 않는다. 다만 말투는 바뀌었다. 예전엔 ‘꿈을 향해 가라’고 엉덩이를 밀었다면 요즘은 ‘가자’고 손을 잡아 주는 식이라고 할까.”

꿈은 시대를 넘어서는 힘
김미경식 힐링에서 ‘시대 타령’은 안 통한다. 그는 “요즘 취직난이 너무 심해서”라거나 “저성장시대에선 꿈도 크게 꾸기 어렵다”는 식의 푸념엔 동조할 수 없다고 했다.

-개인적 노력과 관계없이 꿈을 이루기가 힘든 시대다.
“시대의 제약이 없었던 때가 있나. 조선시대도, 1960년대도 다 청년들에게 어려운 시대였다. 지금 와서야 ‘성장시대가 좋았다’고 했지만 그땐 공부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 가난 때문에 꿈을 포기한 사람들이 오죽 많았나. 꿈은 시대를 넘어서는 힘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꿈은 뒷전이고 안정적인 직업만 찾는다고들 걱정하는데.
“그렇지 않다. 다들 얼마나 의미 있는 뭔가가 되고 싶어 발버둥치는지 모른다. 쉬는 동안 사연 접수를 받았다. 나를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있으면 사연을 보내 달라고.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아이, 보호관찰소를 들락거리는 아이들이 날 찾아와 묻더라.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인간으로 살 수 있느냐’고. 우리나라 사람처럼 꿈에 열정적인 사람들이 없다.”

-사연에 마음이 찡했겠다.
“그래서 ‘10년 후’라는 이름의 청년 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하려고 한다. 파랑새 비영리재단이 있다. 그동안 특강 강사료와 방송 출연료를 모아 만든 재단이다. 이번 토크쇼 출연료도 전액 이 재단에 들어간다. 조만간 150명의 고등학생과 20대를 모집할 거다. 꿈을 들어보고, 꿈을 이룰 수 있는 수단을 지원하려고 한다. 그리고 1년에 서너 번씩 10년간 쭉 만나 이 청년들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거다.”

내가 말하는 꿈은 성공 아닌 성장
1년의 공백 동안 그는 해외 진출 발판을 닦았다. 뉴욕에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중국에 가 소비자 시장 조사를 했다.

-중국 시장 조사는 어떤 내용이었나.
“중국 여성들을 심층면담해 일과 꿈에 대한 생각을 알아봤다. 중국 여성들의 지금 모습이 딱 20년 전 우리나라 여성들과 닮았다. 많이 배우고 일도 하고 있지만 호구지책을 넘어서는 꿈을 찾고 싶어 한다. 내가 초창기에 강연했던 여성 자기계발 콘텐트가 지금 거기서 먹힐 것 같다.”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을 하게 되는 건가.
“4년 정도 뒤엔 본격화될 것 같다. 중국 시장에서 가능성이 보인다. 물론 언어장벽도 있고 불법 다운로드도 많다. 하지만 일단 책으로 중국 시장을 두드려 보려고 한다. 중국에 SNS 계정을 만들었다. 미국에서도 전자책을 내려고 번역 중이다. 예순부터는 베트남·필리핀 같은 데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싶다.”

-동남아까지?
“방콕에서 SM타운 콘서트를 보며 충격을 받았다. 한국 노래는 물론이고 한국 사람과 사고방식까지 흠모하더라. 그때 깨달았다. K팝이 되면 K스토리도 된다. 충분히 된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빠르게 발전을 이룬 이유는 꿈이 있어서다. 베트남·필리핀에도 그런 꿈 이야기를 전해 주는 게 정말 필요하다.”

-결국 꿈이 개발도상국의 언어란 건가.
“그건 내가 얘기하는 꿈을 잘못 이해한 거다. 내가 말하는 꿈은 성공이 아니라 성장이다. 돈 벌고 높은 자리 올라가라는 게 아니라 좀 더 가치 있고 의미 있게 살자는 거다. 성장이 얼마나 사람을 기쁘게 하는지 그들도 알았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내가 말하는 꿈을 ‘성공’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말릴 수도 없다. 꿈이건 운명이건, 단어 하나에 한 가지 뜻만 있는 건 아니니까.”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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