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혁명이 소용돌이 속 난무하는 흑색유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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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유고」라는 것이 곤경에 처해 있을 때 굴곡된 형태로 쏟아져 나오는 것이라면 「포르투갈」의 경우도 그 예외일 수는 없다. 혁명 후 정치적·경제적·사회적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포르투갈」에서는 지금 흑색「유머」들이 국내 사태만큼이나 혼란하게 난무하고 있다. 얌전하고 인내심 많은 것으로 정평있는 「포르투갈」국민들은 그들의 어려움을 이런 해학으로 웃어넘기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유머」속에는 그것을 음미할수록 「포르투갈」현실의 절박성이 그대로 함축돼 있음을 또한 알 수 있다.
정부의 친소·친공 경향과 국민들의 해외피난, 재산 도피 등을 비꼬는 이런 풍자가 있다.『수도는 「리스본」, 정부는 「모스크바」에 있고, 국민들은 「브라질」에, 그리고 돈은「스위스」에 있으니 혁명은 「포르투갈」을 세계국가로 성장시키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또 「브라질」이 한때 그의 모국이었던 「포르투갈」로부터의 이민 「코터」를 9백만명으로 늘렸다는 「유머」도 있다. 9백만명은 바로 「포르투갈」의 전 인구이니 전 국민이 「브라질」이민을 원할 만큼 현재의 혼란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다.

<브라질이 이민 코터를 9백만명으로 늘렸다>
요즘의 정치위기가 좌파와 온건파간의 싸움이 아니라 같은 좌파끼리의 싸움이라는 것을 지적하는 「유머」-. 어떤 사람이 자기의 오른쪽 말을 높이 들고 옆 사람에게 묻는다. 『내가 지금 어느 팔을 들었지?』 『그야 우수지』 『아냐 이건 좌수야』 『그럼 다른 팔은 뭐야?』 『그럼 극좌수지』하는 식이다.
심각한 경제위기에 대해 낙관론자와 비관론자의 정의를 내린 것도 있다. 낙관론자가 『이런 경제침체가 계속되면 10월부터는 풀을 뜯어먹으면 돼』하고 말하면 비관론자는 『아마 그때가 되면 뜯어먹을 풀도 남아나지 않을 것』하고 대답한다는 것이다.
아무런 뾰족한 결론도 내리지 못하면서 지도자들이 연일 밤새 회의만 여는 것을 풍자하기도 한다. 미·소가 인간을 달에 보내는 정교한 계획을 꾸미는 국제 우주 회담에 「포르투갈」이 아마 대단한 계획을 꾸며 참가하려는 모양이라고 쑥덕거린다.
이 회담에서 「포르투갈」대표는 『달에 보내는 일은 아무 것도 아니오. 우리는 해에 사람을 보낼 계획이오 하고 말한다. 미·소 대표들이 깜짝 놀라 「포르투갈」의 과학 기술로 그게 가능한가고 물으면 「포르투갈」대표는 『그건 간단합니다. 우린 밤에 가려고 하니까요』하고 대답한다는 것. 「리스본·페리」가 지도자들을 몽땅 태우고 물에 빠지기나 했으면…』하는 말속에서는 국민들이 얼마나 이들을 혐오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한 사람이『그 참 안됐지?』하고 말하면 또한 사람은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말이야, 그 양반들 모두 수영을 할 줄 알았단 말야』하고 탄식을 한다.

<공당 쿤할이 집권하면 수도를 쿤할그라드로>
지도자들에 대한 이런 풍자도 있다. 「스탈린」주의자인 「포르투갈」공산당수 「쿤함」에 대해 만약 그가 집권하면 「리스본」의 이름까지 「쿤함그라드」로 바꿀 것이라는 것이다.
담벼락 낙서에 주로 오르는 「바스코·곤살베스」는 그의 과격한 친공정책으로 정신이 돌지 않았나 하는 풍자 한 토막. 한 정신과 의사가 담벼락에 『「바스코」, 돌아 오라!』고 쓴다. 그걸 누가 지우면 「바스코」, 진찰 받으러 오라!』고 쓰고, 그것도 또 지우면 이번엔 「바스코」, 약이라도 먹지』하고 쓴다는 것이다.
혁명 후 「포르투갈」의 소식들은 미묘한 정가의 움직임 때문에 많은 재미있는 「뉴스」들이 파묻혀 버렸다.
연일 과격한 충돌을 벌이는 보수적 「가톨릭」신자들과 극좌파들 사이에는 한가지 공통된 의견이 있다. 그것은 바로 「포르투갈」혁명이 지나칠 정도로 「섹스」의 문란을 가져왔다는 점에 관한 견해다.
지난주 「레이리아」에서 「데모」를 벌인 「가톨릭」신자들은 『「포르노」·이혼·피임반대』라는 구호판을 들었었고 「리스본」에서 「데모」를 벌인 극좌파들은 「섹스」가 『시간낭비, 정력소모 활동』이라면서 지지자들에게 「섹스」를 삼가라고 호소. 그러나 「포르투갈」사람들은 이런 호소에 냉담한 모양, 「리스본」거리에는 「섹스」잡지들이 범람하고 있다.

<반공 대모엔 농부들이 극좌 데모엔 외국인이>
반공「데모」대에는 술 취한 농부들이 많이 참가하는 반면 극좌파들의 「데모」가 있을 때는 한가지 이상한 것이 외국의 지원 부대가 많이 끼여든다는 점이다. 대부분이 「프랑스」인들인 이 지원부대는 관광여행 중 「포르투갈」에 들러 「데모」에 합세한 사람들 옷도 잘 입고 돈 많은 「부르좌」출신 같은 이 젊은이들은 「파리」의 좌익계 신문 「리베라시옹」지의 기자 지망생이거나 아니면 「포르투갈」의 좌익운동에 매력을 느낀 「인텔리」들이라고-.
북부지역 「데모」대들이 공산당사를 습격하는 것은 공산주의에 대한 그들의 체질적 증오감 때문이긴 하지만 「텔레비젼·카메라」를 들이대서 더욱 자극되는 모양이다. 「포르투갈」에는 멀리 「오스트레일리아」에서까지 수많은 「카메라맨」들이 원정 와서 설쳐대는데 이들은 「데모」대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요즘은 「라이트」가 없어도 되는 일제 고감도 「필름」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반공 데모 물결 속에 도중·상류층은 별천지>
혁명의 소용돌이에도 불구하고 「포르투갈」의 상류 내지 중류층들은 아직도 별세계에서 살고 있다. 이들은 매일 「호텔·로비」에 모여 차를 마시고 노닥거리며 술집과 「나이트·클럽」도 계속 흥청거린다고. 「데모」가 한창 벌어지고 있는 옆에서 선남선녀들이 발가벗고 일광욕을 하는 모습도 보여 날카로운 대조를 이루기도 한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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