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동의 저조와 물가압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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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월중의 경기예고 지표는 4월 이래의 정체를 겨우 벗어나는 듯 월중 0·1「포인트」가 오른 1·2를 기록함으로써 정부는 이를 경기회복세의 시발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 및 일본의 경기가 이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함으로써 세계경제의 회복전망이 희미하나마 낙관적인 것으로 바뀌고 있다하므로 국내 경제도 부분적으로나마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면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8월중의 주요지표가 시사하는 경기 동향의 성격에는 여전히 깊은 검토를 요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것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우선 상품 수출실속이 5억「달러」선을 돌파함으로써 5억「달러」의 벽을 깼다는 기록이 이루어졌으나 KFX수인이 전월 비 3천7백90만「달러」나 늘어나, 수출 증가액 2천8백90만「달러」를 앞지르고 있는 사실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있다.
수출이 회복하고 있으나 KFX수입이 수입 억제책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더 빨리 늘어나지 않으면 안되게 돼있는 산업구조는 커다란 문제점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8월중의 수입증가가 우발적인 요인에 기인되는 것이냐, 아니면 구조적인 원인 때문이냐를 구별해서 앞으로의 정책자료로 삼아야할 것이다.
다음으로 국제 경기가 완만하나마 회복되고 있는데 수출 신용상 내도액이 전월비 1천9백만「달러」나 줄어들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분명히 가려내야 한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선진국의 수입억제정책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야기된 것이거나, 아니면 경기 파급효과의 시간적인 지체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할수는 있다. 신용상 내도액의 감소가 그러한 일반적인 원인에 기인되는 것이라면 그래도 애로타개의 여지는 크게 남아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원인이 국내 물가의 상승에 따른 교역조건의 악화에 있는 것이라면 세계경제가 회복되어도 별도의 조치가 없는 한 수출 회복에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신용상 내도액의 감소가 외부 요인에 기인되는 것이냐, 아니면 내부 요인에 따른 것이냐에 따라서 무역 및 국제수지 대책은 차원이 달라져야할 것이다.
국제 경쟁력이 제고되지 않고서는 수출의 지속적인 신장이 어렵다는 일반론을 전제로 할 때 단기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애로점은 물가동향이다. 주요 선진국의 물가동향이 이제 연율10%선으로 억제되어 가는 경향에 있는 사실을 고려할 때, 국내물가가 8월말 현재 소비자 21·3%, 도매 16%선이나 상승했다는 것은 가장 큰 수출저해 요인이 아니겠는가.
끝으로 재정수지가 특별회계의 적자에도 불구하고 8월중 3백47억원이나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사실은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전월의 대폭적인 감소에 이어서 8월중에도 계속 건축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은 경기예고 지표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이 아직은 구체화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투자 활동의 저조 및 한계 재정수지의 흑자 지속과 높은 물가압력의 상존, 그리고 무역수지 개선의 정체사이에는 무엇인가 풀려야하는 매듭이 내재되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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