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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위반단속도중 도망친 승용차방관한 승객 처벌|"당연하다" "근거없다" 법조계 양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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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교통법규위반차량 운전사가 경찰의 검문에 불응, 도주했을 경우 뒷자리 승객이 이를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은 것이 처벌대상이 되느냐를 둘러싸고 법조계의 의견이 엇갈리고있다.
시비의 대상이 된 「케이스」는 3일하오 서울형사지법 즉결담당 이영오판사가 교통법규를 위반하고도 단속경찰의 제지를 뿌리치고 도망친 운전사와 함께 뒷자리에 탔던 손영도씨 (51·서울동대문구 휘경동149) 에 대해 2일간의 구류처분을 내린데 대한 것.
담당 법관은 비록 사건당시 손씨가 운전사에게 도주하도록 종용하지는 않았으나 준법정신과 고발정신의 앙양을 위해 처벌받아야 한다고 판결했는데 법조계 일부에서는 손씨의 행위가 도의적으로 비난을 받을 가능성은 있을지 모르나 단속에 응하도록 적극적으로 종용할 법적 의무가 없는데도 구류 2일에 처한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고 반론을 내세우고있다.
상진공업주식회사 생산부장직에 있는 손씨는 3일 상오8시30분쯤 정우실씨 (29) 가 운전하는 회사소속 서울1나 1480호 승용차를 타고 출근도중 동대문구 신설동「노벨」극장 앞에서 「이중주차」위반으로 교통경찰에 적발됐다. 단속 경찰로부터 면허증 제시를 요구받은 운전사 정씨는 경찰관과 한동안 승강이를 벌이다가 그대로 차를 몰아 골목길로 이리저리 돌다가 고가도로를 지나 3km떨어진 광교 부근까지 도주, 신고를 받고 추격해온 교통「사이카」에 검거됐었다. 뼁소니운전사 정씨와 함께 승객 손씨를 넘겨받은 서울동대문경찰서는 손씨의 행위가 괘씸하기는 하지만 도주시작에서 검거될때까지 약2분동안 운전사에게 아무런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것이 밝혀져 그에게 적용할 법조문을 찾지 못해 즉결심만 청구서에 사건의 진행경위만 적었을 뿐 적용법조항은 빈간으로 즉심에 보낼 정도로 고심에 고심. 즉결에서 처벌을 해주면 다행이고 안되면 할 수 없다는 식으로 손씨에 대해 「고약한」감정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영오판사는 비록 손씨가 차주는 아니지만 회사의 생산부장이란 간부직에 있는 사람으로서 단속경찰의 검문에 응하도록 종용해야 하는데도 3km나되는 장거리를 도망치도록 내버려둔 점등을 들어 이를 방조로 보고 형법34조2(특수방조)를 적용, 구류2일에 처했다고 밝혔다.
법원의 이 판결에 대해 C모 변호사는 방조죄란 범죄자를 도울 의사의 전달이 분명해야하는데 도주차량의 뒷자리에 앉아있었다고 해서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C변호사는 그 예로 도둑이 물건을 훔쳐가는 것을 보고 말리지 않았다 해서 또는 교도소 안에서 동료죄수가 탈옥하는 것을 보고 말리지 않았다고 해서 처벌할 수 없는 점을 지적했다.
서울지검의 P모 검사 역시 행정범에게는 교사나 방조 등 종범은 처벌치 않는다는 것이 법리상 통례로 되어있다고 밝히고 법률적으로 도주를 중지시킬 의무가 없는데도 즉심에 넘겨져 처벌받은 것을 의아해했다. 다만 손씨의 행위가 법률위반은 아니지만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며 고발정신의 양양이라는 사회도의를 고려할 때 꾸짖어져야 하나 처벌은 지나치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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