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추락 에어프랑스, 2년 후 4000m 심해서 기체 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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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말레이시아 여객기 실종은 여러모로 2009년 에어프랑스 447 추락 사고를 연상케 한다. 이 여객기는 그해 5월 31일 저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출발해 프랑스 파리로 향했다. 하지만 이륙 3시간 후를 마지막으로 관제센터와 교신이 끊겼다. 여객기엔 승객과 승무원 228명이 타고 있었고 한국인도 1명 있었다. 프랑스와 브라질 해군이 중심이 돼 대서양 한가운데를 샅샅이 뒤진 끝에 실종 닷새 만에 첫 잔해와 시신 일부를 찾을 수 있었다. 본체는 2년 후 4000m 심해에서 발견됐다.

 블랙박스 분석 결과 조종사의 과실이 사고 원인으로 드러났다. 당시 기장이 휴식 중인 사이 기체는 난기류에 접어들었다. 속도를 감지하는 피토관이 일시적으로 얼어붙으며 자동 조종에서 수동 조종으로 전환됐다. 조종간을 잡은 부기장은 당황한 채 기수(機首)를 들어올리는 조작을 계속했으나 이것이 오히려 비행기 속도를 떨어뜨렸다. 결국 여객기는 고개를 하늘로 쳐든 채 3만 피트(9144m) 고도에서 3분30초 만에 바다로 빠져들었다.

 1903년 라이트 형제가 최초로 동력 비행에 성공한 이후 적잖은 항공기 실종 사건이 발생했다. 대부분 나중에 기체를 발견했지만 영원히 사라진 경우들도 있다. 여성 최초로 대서양 횡단 비행에 성공한 아멜리아 에어하트(미국)는 37년 세계일주 비행 중 태평양 상공에서 “연료가 부족하다”라는 교신을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제2차 세계대전 중 한 무인도에서 유골과 비행기 잔해, 비행복이 발견됐지만 에어하트라는 확증은 없다. 48년과 49년 2대의 영국 여객기가 미국 남동부 바다에서 사라지면서 ‘버뮤다 삼각지대’란 용어가 유행했다. 연료 부족이나 기체 결함에 의한 추락으로 추정되고 있다.

 90년 9월 미국 마이애미로 향하던 페루 여객기도 북대서양 해상에서 사라진 채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 2003년 5월엔 앙골라 루안다 공항을 떠난 보잉727 전세기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비행기를 임대한 이가 당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어서 보험금을 노리고 항공기를 빼돌렸을 거란 추측만 제기되고 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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