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자민당 파쟁의 여파-대평 장상, 한일 각료 회담 불참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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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오는 15일 서울에서 개최될 제8차 한·일 정기 각료 회담에 당초 참석하기로 예정됐던「오오히라」(대평) 대장상이 불참할 것이 확실해지자 일본 정가에서는 이를 차기 자민당 총재 문제와 결부시키는 등 설왕설래하고 있다.
여러 가지 억측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미끼」(삼목)수상과의 불화 때문에 「오오히라」장상이 참석 않는다는 것.
이러한 추측은 최근 「오오히라」장상이 「미끼」수상과 소원하다는 점에서 볼 때 타당성이 있는 듯 하다.
「미끼」·「오오히라」불화설의 징조는 「오오히라」파였던 「미야자와」(궁택)외상에 대한 「미끼」수상의 태도.
「미끼」수상은 지난번 미·일 정상회담 때 이른바 신한국 조항을 놓고 「미야자와」외상과 견해차이를 보인 것을 비롯해 이달 말 방미하는 「히로히도」천황 수석 수행원에 관례를 무시, 「미야자와」외상 대신 「후꾸다」(복전)부총리를 지명하는 등 노골적으로 「오오히라」파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특히 「오오히라」장상은 「다나까」 내각시 외상으로 일·중공 관계 정상화를 성사시켰는데 「미끼」수상이 중공측이 제기한 패권 조항을 놓고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대해 비판적이다.
그러나 얼마전 전전주한공사가 각료회담 업무 연락차 일시 귀국했을 때 대장상의 불참을 우려한 궁택 외상의 간청으로 전 전공사가 「오오히라」대장상을 찾아가 한·일 각료회담 참석을 간곡히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는 사실을 들어 궁택-대평 관계의 미묘한 변화를 읽는 일부관측도 있다.
「오오히라」불참과 관련된 또 하나의 추측은 「후꾸다」부총리와의 미묘한 관계.
「오오히라」장상과 「후꾸다」부총리는 「다나까」퇴진 후 총재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 이래 숙명의 「라이벌」관계가 돼버렸다.
두 사람은 함께 경제각료로 「미끼」 내각에 입각한 이래 경기회복 및 물가대책에 서로 맞서는 등 사사건건 충돌을 빚어 왔다.
특히 「후꾸다」부총리가 「미끼」수상과 주류를 이룬데 비해 비주류인 「오오히라」장상은 차기 수상의 「라이벌」로 「후꾸다」를 꼽고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는 더욱 미묘하다.
다라서 「후꾸다」가 수석으로 된 한·일 각료회담 일본측 대표단에 참가하는 것은 체면에 관계가 된다는 자파의 충고가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그런가하면 「오오히라」장상이 각료회담 개최에 임박하여 참석을 결정할지도 모른다는 신장론도 없지 않다.
이 견해는 이번 회담에 한국 측에서 재무장관이 참석, 일본측에서도 「카운터파트」가 참석하는 것이 상례고 일본정계의 파벌 문제가 양국간 회담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좋지 않다는 여론을 「오오히라」장상이 잘 알고 있다는 점에 근거를 두고 있다.
어떻든 「오오히라」장상의 불참 표명은 일본 자민당내의 파벌관계가 얼마나 미묘한 것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하겠다. 【동경=김경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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