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이집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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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키신저」미 국무장관이 21, 22 양일간 「이스라엘」과「이집트」두 나라 수뇌들을 연쇄 방문함으로써 미국의 중간 평화공작은 절정에 달한 감을 주고 있다.
미국의 기본 발상은 「아랍」과 「이스라엘」의 수건파를 끌어내 단계적 평화조치에 참여케 함으로써 양측의 강경파를 견제하여 전화를 방지해 보자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랍」강경파의 「전면 실지회복」이나 「시오니스트」극단주의자들의 「성지수호」가 그대로 중동정세를 좌우하게 된다면 전쟁은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하고 말 것이다.
그래서 이런 때일수록 「모하메드」나「모세」와 같은 행동양식은 되도록 견제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다트」「이집트」대통령과 「라빈」「이스라엘」수상의 중도노선이 들어서서 강경파의 반발을 무마하면서 합리적인 호양 외교를 진척시키고 있음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미국을 사이에 둔 양측의 거리는 이제 마지막 안협점을 남겨두고 한결 좁혀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이 양측의 합의를 돕기 위해「이스라엘」과 「이집트」를 상대로 일종의「보너스」와도 같은「보위협정」을 각각 약속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집트」와 합의하는 대가로 「이스라엘」은 미국으로부터 25억「달러」상당의 군사원조를 제공받게 되었으며, F-15전폭기와 「런스」공대공「미사일」「스마트」폭탄 등도 공급받게 되었다고 한다.
반면 「이집트」도 미국과의 경제협력관계를 대폭 증대시키는데 상당한 정도의 언질을 받았으리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그래서 관측통들은 현재 미국·「이스라엘」·「이집트」사이에는 약 4∼5개의 협정안들이 교환되고 있으리라고 보고 있다. 「시나이」철군과 관련된 「이스라엘」·「이집트」사이의 공식협정과 비밀협정 말고도 미국 「이스라엘」및 미국 「이집트」사이의 별도의 「보장협정」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몇 개의 협정들은 모두가 「시나이」반도철군문제를 축으로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가장 큰 쟁점은 첫째 「이스라엘」군의 철수지역에 설치될 조기 경보망을 누가 관리할 것이냐 하는 문제와 둘째 「시나이」석정 협정의 시한을 어떻게 정하는가 하는 점으로 집약된다. 「이스라엘」은 조기 경보 망을 자신이 관리하겠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집트」는 이것을 미국이나 「유엔」군이 감시하도록 하자고 맞섰다.
이 문제는 결국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동관리에 맡기되 감시 결과를 「유엔」감시 군에 항시 보고하게 하는 선에서 타협점을 마련할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협정의 「시한」획정이다. 「이스라엘」의 3년 시한보장에 대해「이집트」의 자세는 매우 강경하다. 「아랍」진영내부의 강경파를 의식함인지 「사다트」대통령은 3년 시한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유엔」군 주둔기간을 1년마다 갱신하도록 하자고 버티고 있다.
전면 실지회복이 안 되는 한 「이스라엘」과의 부전선언이란 있을 수 없다는 일종의 「원칙표명」인 셈이다.
그러나 어느 의미에서는 그것 역시 커다란 장애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런 정도의 장애에도 불구하고 세나라 사이의 협정 체결은 조만간 이루어질 전망이 엿보인다.
오히려 보다 심각한 문제점은 「시리아」와 「요르단」등 동부전선의 「아랍」국과「팔레스타인·게릴라」의 좌파 및 「시오니스트」국수주의자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사다트」와 「라빈」과 「키신저」가 자기들을 「배신」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분노는「시나이」신 협정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또다시 유혈보복의 악순환을 재연시킬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을 지향한 전쟁보다는 「불완전」을 감수하는 평화가 훨씬 더 바람직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아랍」과 「이스라엘」두 나라 강경파들의 자제를 요망하면서, 중동정치풍토에도 공존적 사고가 정착하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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