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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도전 … 군대서 30㎏ 빼고 악바리처럼 불렀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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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국내 최고 권위의 클래식 등용문 제40회 중앙음악콩쿠르가 12일 막을 내렸다. 올 경연대회에는 모두 443명이 도전해 7개 부문에서 18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 음악계를 이끌고 나갈 영광의 얼굴을 만났다.

3주 전 제대해 짧은 머리로 무대에 선 송일도 씨는 장일남의 ‘비목’, 구노의 ‘파우스트’ 중 메피스토의 ‘라 조콘다’를 불러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오종택 기자]

“성악 남자 1위, 송일도~”

 순간 객석에서 휘파람과 함께 ‘브라보’ 소리가 연이어 터져나왔다. 12일 오후 7시 서울 충정로 NH아트홀은 청중의 환호로 후끈 달아올랐다. 한 달 가까이 계속된 피 말리는 경연의 절정이었다. 올해로 40회, 불혹의 연륜을 쌓은 ‘2014 중앙음악콩쿠르’ 본선 무대의 마지막 우승자는 3주 전 전역한 짧은 머리 청년이었다.

 “제 이름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는데 오히려 다리에 힘이 빠지고 머리가 팽 돌면서 휘청했어요. 제대하고 바로 시작한 1차 예선부터 2차 예선, 본선까지 오래 긴장한 뒤라서 그랬나 봐요. 이번에도 떨어지나 보다 낙담하고 있었거든요.”

 송일도(25) 씨는 중앙음악콩쿠르 세 번째 도전에서 성악 남자 부문 1위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육군 본부 군악대에서 성악병으로 근무하며 절치부심 노력한 결과다. 105㎏였던 체중을 입대 초기에 30㎏ 감량하며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들고 악바리처럼 노래를 불렀다. 이런저런 콩쿠르에 도전했다가 수없이 떨어진 기억이 그를 더욱 분발하게 만들었다.

 “군에 가기 직전에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많이 힘들었어요. 그때 노래와 신앙이 저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음악 중에서도 성악이야말로 기도에 가장 가까이 간 영혼의 간절한 울림 아닐까요.”

 그 애절한 마음 덕이었을까. 심사위원들은 예년에 없이 좋은 소리의 질, 소리의 기교를 칭찬하며 송씨의 무대를 눈여겨봤다. 레퍼토리를 폭넓게 확장한 점도 평가받았다. 그러면서 경연을 위해 반짝 잘하는데 그치지 말고 긴 호흡으로 멀리 내다보고 노력해달라는 부탁을 얹었다.

 “발성·음정·리듬·발음은 물론 음악적 해석 등 기초를 충실히 다잡는 새 출발에 이번 우승의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성악가가 꿈이었던 송씨는 부산예고에 진학하면서 본격 노래 훈련에 들어갔다. 테너로 시작해 바리톤으로, 다시 베이스로 바꾸는 진통을 겪었다.

 “제가 높은 음역을 좋아해 처음에는 적응하기에 힘들었죠. 베이스가 공간을 지배하는 울림이 점점 좋아지더라고요.”

 그에게 베이스의 깊이를 가르쳐준 이는 서울대 성악과 시절 은사인 베이스 강병운(66)씨다. 대학원 진학과 독일 유학을 준비하는 그에게 강씨는 영원한 스승이자 멘토다.

 “오페라 무대에 선 선생님을 보면서 저 노래·외모·인품·카리스마 모든 걸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더할 나위 없는 저의 롤모델이죠.”

 훌륭한 오페라 가수가 되는 일도 하느님을 널리 알리는 도구로 쓰이기 위해서라 말하는 그에게 희망을 이루라 축원했더니 단 한마디가 터져나왔다. “아멘.”

글=정재숙 문화전문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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