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방위력에의 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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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반도의 전쟁 위험은 기본적으로 북괴의 적화 통일 목표의 실천을 위한 군비 증강에서 비롯했다. 62년 이른바 4대 군사 노선을 채택한 북괴는 이미 70년에 이르러 전쟁을 도발할 준비를 갖춘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 이내 북괴의 남침 위험은 잠재적이라기보다 현재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남침위험의 현재도는 「인도차이나」 공산화를 전후해 급속히 증대되었다.
이렇게 고조된 침략 위험을 극복하는 길은 남북간의 군사적 균형 내지 북괴에 비해 우세한 국방력의 확보뿐이다. 민족 파멸적인 북괴의 무력 남침 야욕을 저지·포기시키려면 힘의 우위 외에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남북한의 국력을 비교하면 총체적으로는 우리가 우세하다. 한국 개발 연구원의 통계에 의하면 인구는 3천3백46만 대 1천5백90만, 국민 총생산은 1백71억 「달러」 대 48억「달러」, 1인당 소득은 5백1「달러」 대 3백13 「달러」로 모두 우리가 북괴를 앞서 있다.
정규군은 물론 후방 예비군의 수도 우리가 많다. 다만 문제는 장비와 후방 예비군의 훈련 및 동원 체제에 있다.
미국무성 군비 관리국의 국방 백서에 의하면 63년부터 72년까지 10년간의 남북한 군비 투자액은 한국이 53억3천8백만「달러」인데 비해 북괴는 65억3천3백50만「달러」로 12억「달러」의 격차를 보였다.
영국 전략 문제 연구소가 발간한 「군사 균형」에 따르면 남북간 국방비 지출 격차는 74년까지도 계속되었다.
국방비중 장비 현대화가 차지하는 비중도 상대적으로 정규군의 수효가 적은 쪽이 높으리란 것은 쉽게 짐작이 간다. 또한 노농적위대와 교도대릍 통합 개편한 북괴의 적위군은 일부 고사포·야포·대전차포 등의 공용화기까지 지급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한국군의 장비를 증강해야할 여지가 상당히 크다는데 거의 모든 군사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주한 미군과 미국의 해·공 및 군수 지원 태세가 한반도의 군사 균형을 보충하고 있다.
이 지역에 있어서의 미국의 기본적 역할은 전쟁 억지력의 유지다. 그 역할은 크게 소련과 중공을 견제하는 강대국간의 균형이란 세계 전략적 의미와 남북한간의 분쟁을 억지 하는 보조적 역할로 나누어진다.
그중 소·중공을 제어하는 역할은 미국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다. 반면 남북한의 분쟁을 억지 하는 미국의 보족적 역할에는 무한정 의지할 수도, 의지해서도 안될 일이다.
『자체 수단으로 자체 방위력을 보유하는 것이 우리의 원하는 바로서 그것을 성취하는데 4, 5년이 걸릴 것』이라고 한 박 대통령의 최근 외신 회견은 이런 맥락에서 깊은 뜻을 갖는다. 그러나 자주 방위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앞으로 수년간 미국의 보다 적극적 지원이 요청되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전쟁의 억지와 침략의 격퇴를 위한 강력한 대한 방위 공약의 다짐과 함께 이미 예정기한을 넘긴 국군 현대화 계획의 완결이 급한 일이다.
우리는 이미 작년도에 자체 방위 부담률을 90%로 끌어 올렸으며 최근 막대한 규모의 방위세법을 제정했다.
이는 자주 국방에 대한 우리의 집념의 표현이다. 강력한 대한 방위 공약을 다짐해온 「슐레진저」 미 국방장관의 방한이 한국민의 자주 방위 의지에 대한 미국의 정당한 평가와 상응한 지원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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