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만 짓밟는 마구잡이 수사|승재군 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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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갈현동 승재군(5)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이 사건발생 3개월이 되도록 뚜렷한 수사방향도 잡지 못한 채 마구잡이 식 수사로 엉뚱한 시민들만 골탕먹이고있다.
경찰은 그 동안 이웃주민·차량운전사·승재군의 친척 등을 연행, 3∼7일씩 연금상태에 두고 범인인양 윽박지르며 수사를 하는가하면 이번에는 이웃 가정주부 서조자씨(33)를 신빙성도 없는 꼬마들의 진술만 듣고 법인으로 단정, 살인 및 시체유기혐의로 입건까지 했다가 증거를 잡지 못해 1주일만인 19일 하오8시에 풀어줬다가 20일 상오10시30분쯤 다시 연행하는 등 갈팡질팡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찰은 미성년자인 동네 꼬마들까지 부모도 알지 못하게 경찰서로 데려다 하루종일 조사를 하는가하면 폭행까지 하는 등 인권을 외면하는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피해자들이 주장했다.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검찰의 지목을 받았던 가정주부 서조자씨(33·서울 서대문구 갈현동330의54)의 경우, 지난13일 하오5시쯤 경찰에 끌려가 돌아오지 않고 있는 아들 H군(8)을 찾으러 서부경찰서로 갔다가 느닷없이 용의자로 연금,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이날 상오9시쯤 참고인으로 데려갔던 서씨의 아들 H군 등 2명이『돌에 머리를 맞아 쓰러진 승재군을 서씨가 안고 집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고 하는 진술만 믿고 아들을 찾아온 서씨를 그 자리에서 연금한 것. 경찰은 승재군의 1차 사인이 이마왼쪽의 동전 크기 만한 상처라는 검시결과와 어린이들의 진술이 일치한다는 점에서 서씨를 범인으로 단정, 서씨가 주장하는 「알리바이」등을 조사해보지도 않고 자백만 강요하다 증거도 얻지 못한 채 지난18일 살인 및 시체유기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씨는 경찰이 자신을 7일 동안 서울교회·서부경찰서 330수사대 등에 연금 해 두고 『아이들도 불었으니 자백하라. 자백 않으면 남편도 잡아넣고 아이들도 집에 안 보내겠다』며 윽박질렀다고 했다.
경찰은 당초 이 사건을 유괴살인으로 단정, 전 육군 중사 장모씨(44·부산시 동래구)를 범인으로 보고 부산에 형사대를 급파했으나 지난6월5일 장씨의「알리바이」가 성립되자 혐의를 풀었다. 경찰은 다시 수사방향을 우발적 살인으로 바꿔 이웃에 사는 경찰간부 안모 경위의 부인 박모씨(36)를 용의자로 몰아 4일간 비밀리에 조사를 했었다.
안씨의 무혐의가 드러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시체해부검사결과가 교통사고로 판명되자 지난6윌6일부터는 마을차량 18대를 마구잡이로 수사, 운전사 이모씨를 또 세 번째 용의자로 연행, 조사하다 3일만에 허탕치고 석방시켰다.
또 경찰은 지난13일에는 서씨의 아들 H군(8)과 누나(10)등 남매를 상오9시부터 부모들이 시장에 나간 사이에 경찰서로 데려다 혁대로 H군의 등을 때리고 발길로 차며『거짓말 하지말고 시키는 대로 자백하라. 엄마가 승재를 안고 들어가는 것 봤지』하고 윽박질렀다 고 서씨가 주장했다.
이밖에 경찰은 운전사 박모씨(39)와 박씨의 형 가족·가정부 등 3명을 연행, 2∼4일씩 경찰서에 연금, 수사하다 풀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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