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세의류 가짜가 더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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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언제부터인가「보세품」이란『값에 비해 품질이 뛰어난 상품』의 대명사로 불리게 되었다. 섬유류의 해외수출이 궤도에 오른 70년 초부터 조금씩 시중에 나돌기 시작하던 보세품은 최근 2, 3년 전부터 커다란「붐」을 타고 있다. 서울명동을 비롯한 서울시내 중심 가는 물론, 주택가 곳곳마다 들어찬 보세품가게는 보세품의 놀라운 인기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보세품의 인기에 편승한 가짜 보세품이 많다고 하여 소비자를 혼란시키고 있다.
보세품이란 원래 해외의 원자재를 들여다가 국내에서 물건을 만들어 수출을 하고 남은「로스」분이 시중에 나들게 된 것을 말한다. 따라서 한마디로 보세품이라고는 하지만 그 종류는「텔레비젼」「라디오」등 전기제품으로부터「티샤쓰」손수건 등의 의류·신발류·가방종류 등으로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나 보세품의 70%이상이 섬유류이기 때문에 보세품 하면 얼핏「티샤쓰」나「스웨터」등의 의류를 연상하게 된다. 「로스」분이란 원래 상품의 제조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기기 마련인 불량품을 말한다. 따라서 제조과정이 복잡한 상품일수록「로스」율도 높아 상공부가 고시한「로스」율도 상품에 따라 2∼30%로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일단 수출업체 또는 외국하청업체에서 생긴「로스」품들은 공장에서 직접 보세품·중간업자에게 넘겨진다. 이때의 가격은『원자재 값도 안 되는 헐값』이라는 것이 양말수출업체 Y실업에 근무하는 한 간부의 얘기다.
무게로 달아 헐값에 팔린 보세품은 중간업자의 손에 의해 보수되어 다시 일반 소매업자에게 넘겨진다.
이 중간업자의 상점이 서울의 경우 서울운동장 옆 신평화상가와 통일상가 그리고 남대문 대도백화점이다. 이곳에서는 의류 기타 보세품을 넝마처럼 가득 쌓아놓고 일반소매업자를 상대로 물건을 팔기 때문에 일반소비자는 좀체로 자신이 필요한 것을 골라내기가 어렵다.
보세품의 산매점으로 초창기에 인기가 있던 곳은 서울 한남동 외국인 촌 입구의 연쇄상가인 이른바 「보세센터」였다. 그후 보광동의「해밀턴」, 남산 관광도로 입구, 그 외에도 주택가 곳곳에 보세가게가 들어있다. 최근에는 명동 「유네스코」회관에서「사보이·호텔」뒤쪽에 이르는 거리 양옆에 20여 개의 보세가게가 들어서 서울의 새로운「명물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이렇게 거센 보세품의인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가격이 싸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면세로 들여온 외국원자재에 대량생산「시스팀」으로 만들어져 헐값에 출하된 상품이기 때문이다. 간단한「티샤쓰」「블라우스」류는 5∼7백원이면 해결된다.
『빛깔 무늬가 세련되었고「디자인」도 최첨단』이라는 것이「디자이너」허 준씨의 얘기다. 외제를 좋아하는 여성들에게『외제와 똑같은 것』이라는 사실이 심리적으로「어필」했으리라는 진단도 있다. 여하튼「실속 있는 멋」을 찾는 젊은 여성들에게 보세품은 크게「어필」, 보세가게는 어느 때고 젊은 여성들로 크게 붐비고 있다.
이런 보세품의 인기에 편승, 가짜 보세품이 많이 나돌고 있어 보세품 애용자를 당혹시키고 있다. 한 상공부당국자에 의하면『수출업체의「로스」품이란 사실상 지극히 한정된 량』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시중에 흔히 나도는 보세품이란 그 대부분이 가짜라는 것. 보세품의 인기를 타고 전문적으로 조제「보세품」을 만드는 공장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보세품을 가장한 가짜 보세품을 식별할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하다 하겠다. 『사실상 전문가가 봐도 한눈에 식별하기 힘이 들어요. 진짜 보세품은「지퍼」나 단추 등 부속품도 외제니까 그걸 살펴야 합니다』는 것이「디자이너」허준씨가 일러주는 진짜 보세품 식별 법이다. <박금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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