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국영기업들의 제 모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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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근대 자본주의 경제의 전형적인 선도자였던. 영국에서 자본 제 경제의 모순을 수정하기 위해서 도입했던 기간 산업의 국유 국영화 정책이 오늘날 커다란 비판의 대상으로 등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본지 작보)
사회적인 형평성을 깨는 초대형 기업이나 기간 산업은 국가가 관리함으로써 국민 전체에 그 이득을 균점 시킬 수 있다는 생각으로 도입한 이른바 사회화 내지 국유화 정책이 그 본래의 목적과는 어긋나는 현상을 노출시키고 있다.
막대한 국고 보조금을 받음으로써 외형상 적자를 면하고 있거나 아니면 보조금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이들 국영기업들은 원래의 취지와는 반대로 비 능률과 조세 부담의 가중 원인이 될 뿐이라는 비판이다. 『국영기업은 반드시 망한다』는 『「피킨슨」의 제3법칙』이 제기된 사실을 상기할 때 모순의 제거를 위한 장치가 경우에 따라서는 더 큰 모순을 파생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영기업의 모순은 비단 영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님은 오늘날 하나의 상식으로 되어 있으며 그 원인도 대체로 공통점이 있음은 주목할만한 사실이다.
국영기업이 비 능률과 낭비에 거의 무방비 상태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그 원인은 결국 사기업체제와는 달리 기업의 실질적인 주인이 없다는데 귀착된다. 국영기업의 임원은 사실상 관리와 다를 바 없는 것이며 임명권자인 행정부와의 관계만 좋으면 보조금이나 가격 인상으로 경영 부실을 호도 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그러므로 진실한 의미에서의 경영 합리화나 경영성과 보다는 인적 관계를 중시하게 되는 것은 이른바 월급장이 경영층의 통폐이며 그 전형적인 것이 국영기업이다.
또 국영기업의 경우 이익금이 많이 나 봐야 그 배상금은 국고에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경비 합리화에 엄격하지 못하다는 사실도 통폐중의 하나다.
가장 두드러진 측면은 국영기업의 임직원들은 흔히 직원 봉급 인상에만은 열의가 대단해서 고급 여 선도 산업으로 등장하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다. 경영 합리화에는 둔감한 대신 봉급 인상에 열중하는 월급 장이 경영층이 관리하는 대기업이 적자를 누적시키는 것은 오히려 자연적인 현상일지도 모른다.
또 국영기업은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해 줄 수 있기 때문에 파산의 우려가 없다는 안도감속에서 경영되는 탓으로 궁극적으로 합리화를 자극하는 요소가 없다.
마찬가지로 일을 많이 하는 것처럼 과시하기 위해서 국영기업은 경영 개선 보다는 기구 확대와 인원 증원에 열중하는 통폐가 있다.
이러한 일련의 요소가 복합되어 사회적으로 역기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영국 병의 근본원인 일지도 모른다.
자본 제 경제의 모순을 가장 먼저 경험하고 그에 따라서 시정을 위한 이론이나 정책도 가장 먼저 개발되어온 영국의 전통으로 보아 국영기업의 모순이 크게 제기되고 있는 지금 그 합리적인 시정책도 곧 제시될 줄 믿으나 재정 주도형 개발 기조를 10여년간 계속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그들이 아직도 이 문제를 해결치 못하고 있는 사실을 결코 가벼이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근자 우리의 경우도 성장 선도 산업의 주류를 국책 기업이 지배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민간기업의 영역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도 국책 기업 수준에 접근하는 인상을 주고 있음을 유의해야겠다.
자본 제 경제의 대량 생산 단계가 창의성을 생명으로 하는 기업가 정신의 쇠퇴와 관료 조작의 등장을 촉진시켜 체제 자체의 기능을 마비시킨다는 「슘페더」의 진단은 자유 사회의 정책 한계선으로서 언제나 유의해야할 기본 시각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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