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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번지는 남성 해방 운동-미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금은 무대를 「뉴요크」시의 5번 가로 옮겼지만 지난 3년 동안 백악관 앞길에는 모자·앞가슴·등어리·어깻죽지에까지 『남성 해방, 여성 타도』를 외치는 구호를 주렁주렁 달고 홀로 시위를 하는 사나이가 있었다.
「해리·브리튼」 (48) 이라는 남성 해방 운동의 선구자가 온몸에 걸고 있는 구호는 『남편에게 발언권을…』『우리가 사나이냐 쥐새끼냐』 『아낙네들은 공정 하라』에 다가 「여성 해방」(Womeni's Lib)이라는 말을 그럴듯하게 살짝 꼬집은 『타도하자 「여성의 입술」 (Women's Lip)』 같은 것을 곁들이는 등 기발하고 다양하다.
백악관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이 「브리튼」의 단독 시위를 한 남자의 기행이라고 「카메라」에 열심히 담고 있는 동안에 미국 각지에서는 많은 「브리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브리튼」 자신은 「뉴요크」에서 국제 불만 남편 협회라는 걸 만들었고 「볼티모」시의 「평등권을 위한 남성 연맹」이라는 단체, 「버클리」시의 「남성 평등권」이라는 단체가 이제는 조직적으로 남성 해방 운동을 선도하고 있다.
이런 단체들의 회원들은 이혼할 때 남자가 여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관습의 폐지, 자녀 양육권의 여성 독점 반대, 간호원·교환원·「스튜어디스」 같은 여성 독점 노동 분야의 침투를 시도하여 많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
가수 「에디·피셔」는 「리처드·버튼」과 사랑에 빠진 「엘리자베드·테일러」에게 이혼 당할 때 막대한 위자료를 받아 당시 많은 남성들의 지탄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피셔」를 남성 해방 운동의 선구자로 모셔야 할 형편이다. 「미시건」주의 「오클런드」법원은 어떤 부부의 이혼 판결에서 여자가 남자에게 다달이 6백60「달러」(33만원) 의 위자료를 지불하고, 소송 비용 1만「달러」(5백 만원)를 여자가 물며 세 자녀의 양육권과 주택의 사용권을 남자가 갖도록 명령하여 남성 해방 운동에 기념비적인 판례를 남겼다.
이 판결을 보고 여성 해방 운동의 지도자들은 비명을 질러야 할지 환성을 올려야 할지를 몰랐다. 그 판결이야말로 남녀 평등을 명료하게 구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성년 남자는 6천8백만명. 그 절반에 해당하는 3천1백만명의 직업 여성이 여성 해방의 물결을 타고 남성들의 성역을 침범하고 있다. 묵묵히 접시를 닦고 풀을 깎고 아기의 기저귀를 갈던 미국의 남자들은 직장에서까지 여성들의 위협을 받고서부터 「자각」을 하기 시작했다.
남성들의 반격으로 전화 회사들은 남자 교환원을 항공 회사는 「스튜어드」를, 병원들은 남자 간호원들을 늘리고 있다.
남성 해방 운동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운동이 문제가 될만한 규모까지는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희망적인 전망을 한다. 『성적 자살』의 저자 「조지·길더」는 『남자들은 전통적 역할로부터 해방될 수 없다』라고 갈파한다.
그러나 남성 해방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그렇다면 아낙네들은 『가정에 틀어박혀 있으라』고 반발하면서 자기들의 운동이 흑인들의 민권 운동 같이 확대될 것이라고 다소 과장된 주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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