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무더위에 겹친 불안…날뛰는 강도|밤낮 없는 피해에 경찰은 제대로 손 못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여름철 주택가에 절도·강도등 시민생활을 위협하는 각종 범죄가 부쩍 늘어 가뜩이나 무더위에 지친 시민들을 한층 불안케하고 있다. 최근에 기승을 부리고있는 도둑들 가운데는 강도신고를 한집에 다시 침입, 보복강도를 하기도 하고 주민에게 붙잡힌 도둑이 30만원을 줄 테니 놓아달라고 흥정을 벌이는가하면 1, 2천원을 빼앗기 위해 닥치는대로 흉기를 휘둘러 인명을 앗는등 전례없이 대담하고 잔인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변두리 신흥주택가에는 무전기·망원경등 최신장비까지 갖춘 도둑이 밤낮도 가리지 않고 같은집에 2∼3번씩 연거푸 침입하고 하룻사이에 한 동네에 잇달아 3∼4건의 도난사고가 일어나는 사례마저도 빈번하다.
이같이 잦은 강·절도에 비해 경찰은 일손이 바쁘다고 신고를 외면하는등 무성의한데다 검거율도 형편없어 시민들은 신고마저 포기하는 현상을 빚고있다.
서울의 경우 8월 들어 지난 15일까지 15일 동안만도 27건의 강도사건이 발생, 하루 평균 2건이 일어난 것으로 집계됐으나 대부분 검거치 못하고있다.
부산시의 경우 지난7월말 현재 1백23건의 강도사건이 발생,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백8건 보다 14%가 늘어났다.
이밖에 절도·날치기·들치기등 각종 도범은 발생이 늘어난데다 신고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경찰에서조차 파악지 못하고있는 실정.
특히 범인들은 올해 들어10대의 청소년층이 두드러지게 늘어나 이들은 여름철「바캉스」 비용·유흥비 마련등 일시적인 충동으로 범행을 하는데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칼·쇠망치등을 휘두르고 있다.
지난15일 동안 서울시내에서 일어난 강도사건의 범인59명 가운데 83%인 49명이 20세 이하로 밝혀졌으며l5%인 9명이 21∼30세, 31세 이상은 단 1명뿐이었다. 20세 이하가운데는 20세가 19명, 17세가 14명이며 14세도 1명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단독 또는 2∼3인조로 유흥가등에서 만나 쉽사리 범행을 저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들어 발생한 27건 가운데는 2인조가 10건(37%), 단독범행이 8건(30%), 3인조가6건 (22%), 5인조가 1건으로 분석됐다.
법인들이 사용한 흉기는 과도·「재크나이프」등 칼 종류가 19건으로 전체의70%, 돌이 4건 (15%)으로 밝혀져 범인들은 쉽게 숨겨서 갖고 다니기 편하고 가장 위험한 칼을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절도의 경우도 대부분 범인들의 나이가 어려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수법이 군도화·지능화·광역화하고 있다. 지난 2일 밤과 3일 새벽사이 서울 서대문구 역촌동 36번지일대에는 같은 골목의 8가구에 한꺼번에 도둑이 들었다. 특히 영동지역·도봉동등 신흥주택지는 연쇄도둑이 잦다.
지난4일 보복강도를 당했던 이영주씨(31·서울 서대문구 정동22) 는 『1주일 동안이나 헛소리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기도 했다』고 말하고 『초저녁에 서울 한복판에서 연거푸 두 차례나 강도가 들고 신고를 받은 경찰까지 늑장을 부리니 누구를 믿어야할지 무서워 견딜 수 없다』고 했다.
또 회사원 정문규씨(33·서울 성북구 장위동) 는『처와 아이들만 두고 회사에 출근하는 것이 매일 불안하다』고 말하고 3개월 전 옆집에서 3차례나 도둑을 맞아 경찰에 신고했으나 하나도 해결되지 않아 도난신고는 형식에 불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서울 시경 형사과장 윤현용총경은 『최근 강·절도가 조직이 없고 우발적으로 저질러지는 경우가 많아 검거가 어렵다』고 말하고 『도둑을 막기 위해서는 시민 스스로가 문단속을 잘해 도둑이 들틈을 주지말고 도둑이 들었을 때는 당황하지 말고 인명피해가 없도록 침착하고 재빨리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