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보스턴」하늘에 태극기 날린 마라토너 함기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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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950년4월19일 짙어 가는 봄의 훈향에 나른해 있던 세계가 바늘에 찔린 듯 소스라치게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전통 깊은 「스포츠」 제전 제54회 「보스턴·마라톤」 대회에서 신생 대한민국이 1, 2, 3위를 독차지한 것이다.
자립의 의지를 불태우며 정부를 수립한지 겨우 2년째인 이 동방의 조용한 나라에 세계의 남녀노소는 경이의 시선을 쏟았고 「마라톤」 사상 전무후무할 「퍼픽트·게임」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이 위업 달성의 선두 주자가 함기용, 2위는 송길윤, 3위 최윤칠이었다.
서윤복의 우승에 이어 3년만에 상위를 모조리 석권한 이 쾌거는 한국을 세계 「마라톤」의 정상에 반석을 구축케 했고 흥분과 감격에 들뜬 국민들은 사뭇 민족적 우월감을 느끼기도 했다.
강원도 춘성산으로 양정 중학 6학년이었던 함기용은 이때 나이 만 19세. 그는 독립의 투혼이 스민 「렉싱턴」 벌판을 쾌주, 수십만의 인파가 열광하는 「보스턴」시가를 누빌 때『간간이 보이는 교포들과 태극기, 그리고 「코리아」, 「코리아」하는 소리에 마구 신바람이 났다』고 당시를 회상하고 『자신의 우승보다 송길윤·최윤칠이 잇따라 「골·인」할 때가 더욱 기뻤다』고 말했다.
한민족의 기백과 국위를 세계에 널리 떨쳤던 이 영광의 얼굴은 고려대를 나온 후 은퇴, 현재까지 기은에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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