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핍이 요청되는 경제 동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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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기가 조만간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은 이제 다시 후퇴할 움직임이다.
세계 경제의 급속한 회복이 거의 난망시 되고 있는 지금 우선 미국의 단기 금리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또 원유 가격도 오는 10월께에 10% 정도 인상될 것으로 보이며, 주요 원자재 가격도 국제적으로 다시 올라갈 기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의 「파운드」화가 또 심한 파동을 겪고 있는 한편, 미국·EEC 등의 수입 제한 조치는 자동차·섬유 등에서 심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동안 대외 경제 의존도가 80% 수준에 접근하고 있는 우리 경제가 이러한 세계 경제 동향과는 관계없이 수출 증가를 통해서 신속하게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으리라고 예상한 것부터가 어쩌면 지나친 낙관이었는지 모른다.
7월중의 경제 동향은 국내 경제가 아직도 본격적인 회복력을 발휘하기보다는 더 많은 인내를 요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우선 건축 허가 면적이 5월에 비해서 33·3%나 줄어들었고, 민간 주택 건설 수요는 무려 54·1%나 줄어들었다. 이처럼 건설 수요가 줄어드는 한 경기 전망은 매우 어둡다고 보아야할 것이며, 이는 불투명한 경기 전망에 대한 전형적인 반응을 뜻한다.
투자 수요의 감퇴와 소비 수요의 정체로 6월중의 생산·출하도 각각 2·4%, 2·9%나 떨어졌으며 재고도 0·8%나 줄어들었다. 생산·출하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7월중 도매 0·9%, 소비자 2·2%가 각각 상승, 「인플레」 압력은 여전히 강세임을 실증하고 있다. 이 모든 징후로 보아 이른바 「스태그풀레이션」 현상은 우리의 경우, 완화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내 생산 활동의 저조는 수입 억제 정책과 상승 작용을 해서 수입 감소로 직결되고 있으나 그것이 국제 수지 개선 효과로서 환영할만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이르다. 수입 감소·생산 출하 감소, 그리고 물가 상승 등은 경제가 제대로 순환하지 않고 모순을 확대시키는 징후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6월까지 무역 수지 적자폭이 18억「달러」에 이르고 있으며, 이는 전년 동기비 70%나 나빠진 상태다. 물론 수입 감소·생산 감소 속에서나마 수출이 계속 크게 증가하고 있다면 물가 상승률이 높아도 어느 정도 낙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수출 증가폭이 만족할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출 주종 품목의 대부분이 정체하고 있으며, 그 위에 그 선행 지표인 신용장 내도액은 전월비 불과 2백50만 「달러」 밖에 늘어나지 앓고 있다.
수출에 의한 경기 회복에 큰 기대를 걸기 힘든다면 경기 회복의 지주는 국내 투자와 소비의 증가 밖에는 없다. 그러나 수출과 판매 부진 속에서 자금난에 허덕이는 민간 기업은 작년에 이루어진 비축 금융·재고 금융 상환 압박과 기 차관 원리금 상환 유도에 물려 신규 투자 능력이 없는 것 같다.
마찬가지로 실질 구매력 면에서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일반 가계가 주택 투자나 소비 증가를 시도할 상황은 아니다. 경기 전망이 불안하기 때문에 소비를 억제하고 투자 전망을 관망하는 움츠린 자세다.
외국의 경우 같으면, 민간 소비를 자극키 위해서 대대적인 감세 정책이 추진되어야 할 상황이나, 우리는 도리어 방위 수요 증대·공무원 봉급 인상 등 재정 수요가 계속 확대되고 있어 감세를 통한 경기 자극을 할 수도 없다.
또 재정 형편을 고려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소비 확대는 수입 수요 증가로 직결되어 국제수지 압력을 가중시키는 것이므로 우리의 외환 사정으로 보아 내수를 자극하는 것도 난점이 있다.
그러므로 성장주의나 경기의 조기 회복론에 너무 큰 기대를 거는 것보다는 당분간 내핍을 강화하면서 시기를 기다리는 온건한 자세가 국민은 물론 정책 당국에도 요청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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