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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협조자 김씨 이중 스파이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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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2일 밤 간첩 증거조작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국정원 협조자’ 김모씨(왼쪽)가 서울구치소로 이송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서울시 공무원 출신 간첩 피의자 유우성씨(오른쪽)를 소환 조사했다. [박종근 기자], [뉴스1]

검찰이 서울시 공무원 출신 간첩 피의자 유우성(34)씨의 출입국 기록 관련 문건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난 국정원 외부 조력자 김모(61)씨가 ‘이중 첩보원’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한국 국정원의 협조자인 동시에 중국 정보당국과도 연계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12일 병원에서 검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12일 “김씨가 국내에 입국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자살 기도에 이르는 과정이 석연치 않다”며 “김씨가 양국의 정보기관을 위해 동시에 일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중국 동북3성에서 활동하는 정보 협조자들 중에는 이중 스파이, 심지어 삼중 스파이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검찰 증거조작 수사팀 관계자도 “구체적으로 뭐라고는 말 못해도 그런 합리적 의심들에 대해 다 조사하는 게 맞고 그렇게 할 것”이라며 “국정원은 (이와 관련해) 여러 자료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일단 국정원 협조자인 김씨가 국내에 입국해 검찰 조사를 받은 과정에 의문점이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중국 대사관은 지난달 13일자로 유씨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7부에 “해당 문건 3건이 모두 위조된 것”이라는 회신을 보냈다. 이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김씨가 먼저 국정원 쪽에 전화를 걸어와 “싼허변방검사창(세관) 명의의 ‘(유씨 변호인 측) 정황설명서에 대한 답변서’는 위조된 게 아니라 진짜”라면서 자신이 입국해 진술하겠다고 제안했다. 지난 2월 23일 입국한 김씨를 국정원이 먼저 검찰에 출두하도록 했고 김씨는 3월 1일 첫날 조사에서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그러나 다음 날엔 진술을 180도 바꿔 위조를 시인했다. 이 조작 문건은 유씨 출입경 기록 관련 3건 중 지난해 12월 법원에 제출된 ‘출-입-입-입은 전산오류’라는 변호인 측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어 4일에는 “국정원도 위조 서류임을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이후 5일에는 자신이 머물던 서울 영등포의 호텔에서 자살을 기도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김씨의 자살 기도로 국정원 전체가 큰 타격을 입었다”며 “중국 동북3성의 정보전을 둘러싼 우리와 중국, 북한 간의 복잡한 셈법이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씨가 귀국 의사를 타진할 당시 국정원 측에 “중국에 신분이 노출돼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밝힌 대목도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검찰은 김씨가 유씨와 아는 사이인지 등 둘 사이의 관계를 조사 중이다. 검찰은 유씨의 간첩 혐의에 대해서도 계속 확인할 방침이다.

 한편 대검 관계자는 “국정원 직원들이 유씨가 간첩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고 어느 정도 근거도 있었기 때문에 국정원 직원들에게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 혐의를 적용해 처벌하기는 현재로서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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