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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중계권 장사에 반쪽 된 골프방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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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176억원을 적립해 놓은 여자골프협회가 이것도 모자라 직접 나서 방송 중계권 장사를 한 것은 나중에 독이 될 것이다.“(전 KLPGA 모 이사)

 “15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여자 골프대회를 치르는데 한쪽 골프 채널만 중계방송을 하면 마케팅 효과는 절반 가까이 떨어진다. 협회만 먹고살겠다는 발상 때문에 스폰서만 멍이 든다.”(A사 마케팅 상무)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회장 구자용)가 선수와 대회 개최 후원사의 권익을 외면하고 방송 중계권을 ‘장삿속’으로 판매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미 176억원(2012년 말 기준)의 협회 발전기금을 적립해 놓은 여자프로골프협회는 지난 2월 SBS골프로부터 연간 48억5000만원(선수 복지기금 3억5000만원 포함)씩 3년간 145억500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KLPGA 투어 중계권을 팔았다. KLPGA 투어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J골프와 SBS골프가 공동으로 중계를 해 왔다.

 협회는 지난해 말 중계권 계약을 갱신하면서 대행사를 두지 않고 직접 협상에 나섰고, 금액을 많이 써낸 방송사의 손을 들어 줬다. 채널 가입자 수나 시청률 등의 수치는 고려사항이 되지 못했다.

 본지 취재 결과 구자용 회장은 방송 중계권 결정 당시 이사회에서 무기명 투표 대신 손을 들어 의사를 표시하는 방식으로 우선협상자를 선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한 이사는 “협회장이 ‘그냥 돈(중계권료) 많이 주는 업체한테 넘기면 되지 않나요. 거수로 결정하죠’라고 말했다 ”고 전했다.

 전 KLPGA 모 이사는 “미국(LPGA 투어)과 일본(JLPGA 투어) 여자골프협회는 중계권 협상 때 협회가 직접 나서지 않는다”며 “협회가 직접 나선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대행사에 주는 수수료도 아까워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사단법인이 필요 이상으로 돈을 쌓아 둘 필요가 없다. 2011년 협회 기금을 관리하는 대표이사 자리를 놓고 분열이 생겨 회장이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지지 않았는가”라고 말했다.

 올해 여자골프대회를 개최하는 후원 회사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두 방송사의 공동 중계방송을 전제로 대회 개최를 결정했던 A사는 “홍보 효과가 50% 가까이 떨어지면 반쪽짜리 대회가 된다. 굳이 15억원씩이나 들여 골프대회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 대회 포기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불똥은 방송 광고를 집행해야 하는 골프용품 업체로도 튀었다. 해당 방송사가 거액의 중계권료를 벌충하기 위해 광고료를 큰 폭으로 올렸기 때문이다. K사의 마케팅 담당자는 “시즌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광고 단가 인상 폭이 상당히 크다”며 “본격적인 시즌이 되면 고액의 중계권료를 회수하기 위해 광고 단가를 얼마나 올릴지 겁이 난다”고 말했다.

 현역 투어 프로인 C선수의 아버지는 “선수 입장에선 당연히 두 방송사에서 중계하는 게 좋다. 한 곳에서만 중계를 하면 홍보 효과가 반감될 테고 골프팬들의 관심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협회가 선수들의 권익은 생각하지 않고 재정만 불리기 위해 중계권 장사를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한 KLPGA의 입장을 듣기 위해 강춘자 수석부회장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올 7월에 열리는 대회의 골프장 코스 답사를 위해 중국에 머물고 있어 연락이 닿지 않았다. KLPGA 김남진 사무국장은 “이사회 표결을 거수로 한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 구 회장께서는 이사들 가운데 다른 의견이 있으면 소신 있게 직접 입장을 밝히도록 한 것이다”고 말했다.

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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