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음악계 최근의 동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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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광복30주년 기념음악제(15∼9월13일·국립극장)에 참석하기 위해 김영욱·백건우·김남윤·이대욱·문용희 5인의 젊은 연주가들이 한번에 귀국했다. 구미 악단을 누비는 이들 5명은 변모해 가는 세계 음악계 동향을 가장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 이들로부터 최근 세계 음악계의 소식을 들어본다.
「런던」과 「베를린」을 핵으로 한 「유럽」의 음악계는 크게 변모하는 일이 없지만, 「뉴요크」를 중심으로 하는 미국의 음악계는 자주 변한다. 김영욱씨에 의하면 「유럽」은 음악이 생활화되어 있어 1천명 단위의 고장에 「오키스트러」단이 있고, 특히 독일인들은 자국 출신의 「베토벤」등의 음악가들을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보수적인 태도 때문에 「유럽」음악계는 여전하다.
반면 미국 음악계는 치열한 경쟁 사회의 생리를 그대로 닮아 끊임없이 변모해 가고 있다. 이대욱씨는 미국 음악계의 큰 변모로 연주가들의 교체 연주 태도의 일반적인 변화를 꼽는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미국 음악계의 쟁쟁한 연주가들, 저명한 교수는 대부분 「유럽」이나 「러시아」태생이었지만, 1958년 「밴·클라이번」이 「모스크바」음악경연대회에서 우승한 때를 정점으로 이제 미국 출신 음악가가 「유럽」출신들을 압도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제는 손을 다쳐 「피아노」에서 지휘로 바꾼 「리언·플라이셔」를 비롯, 「유진·이스트민」「밴·클라이번」 「존·브라우너」 「안드레·와트」등이 미국 출신이다. 연주태도는 낭만적인 것에서 학구적이고 「아카데믹」한 쪽으로 바뀌고 있다.
19세기·20세기초까지만 해도 무대의 「쇼」를 위해, 연주가들은 즉흥적으로 악보를 바꾸거나 보태거나 줄였지만, 이제 미국의 젊은 연주가들은 작곡가의 의도를 최대한 중시, 악보의 면밀한 연구와 충실한 악보대로의 연주·작품의 북경 조사를 한다는 것이 연주 태도의 변화는 「클래식」음악이 그렇지 않아도 대중과 소원한 음악이기 때문에 더욱 대중과 멀어질지 모른다는 염려를 자아내고도 있다.
또 미국 음악계에서는 5년 전부터 미국5대 교향 악단의 순위가 바뀌고 있다. 5년 전까지는 내한한 바도 있는 「조지·셀」이 지휘하는 「클리블런드·오키스트러」가 미국 제일의 악단이었으나 요금은「헝가리」출신의 「게오르규·솔티」가 이끄는 「시카고·심퍼니」가 1위, 다음이 「클리블런드」 「뉴요크·필하머니」 「보스턴·심퍼니」 「미네소타·심퍼니」의 순서다.
「뉴요크」의 관객은 그래도 「스특하우젠」 「피에르·블레」 「스트라빈스키」 「바르토크」를 받아들이는 편이지만, 「빈」에서는 기껏해야「쇼펭」까지, 인상파 음악가들조차 용납 않는다는 것이 문용희씨의 말이다.
인상파 「라벨」해석으로 정평을 얻은 백건우씨는 「유럽」에서는 아직은 관객이 현대음악과 친근하지 않지만 현재 젊은 연주가들 사이에 현대 음악가를 관객에게 침투시켜 수준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전한다.
한편 미국 음악계에서는 최근 음악인 배출지로 이제까지는 「줄리어드」가 독주해 왔으나 최근 「인디애너」주립대학이 크게 성장해 주목을 모은다.
「인디애너」대학은 특히 성악 부문이 강해 졸업생들이「메트러폴리턴·오페라」좌 신인「오디션」에 해마다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유럽」에서보다 연주가들이 인정받기 힘들다는 것도 특징. 미국 출신이면서 미국에서 인정받지 못하다 「유럽」에서 일단 인정을 받은 후 미국으로 되돌아와 활약하는 연주가가 상당히 많다.
연주가들이 인정받기가 어렵고 인정하는 평가 기준이 과연 옳으냐는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 연주가를 배출하는 모든 「콩쿠르」에서 심사 위원들이 심사를 할 것이 아니라 관중이 심사를 맡아야 한다는 주장도 구미에서 일고 있다. <박금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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