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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라운드」 끝난 유엔외교|한국 가입안 재심요청 부결의 저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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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소·중공, 거부권 행사도 예견>
9월 이후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유엔」외교「시즌」. 올해는 8월 앞뒤부터 뜨거운 「유엔」외교전이 벌어졌고 제1「라운드」에서 한국은 좌절을 맞았다. 그것은 지난6일 안보리가 한국가입 재심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전례 드물게 의제로조차 채택이 안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가입신청 안은 안보리 가입위(회원국 전원으로 구성)심사-안보리의 표결-총회에 권고하는 절차를 전연 밟아 볼 수 없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어이없다는 반응을 나타냈고 신민당은 즉각 한병채 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정부·여당의 중대한 외교적 실수』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막상 외무부는 이런 결정은『충분히 예상했던 것』이라고 했고 더 나아가 『가입신청 재심요청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고 성과가 컸다』고 주장하고 있다.

<막차 떠나기 전에 손든 셈>
한국 가입안이 안보리의 의제 채택 여부에 관한 표결에서 통과돼 의제로 상정되고 가입여부에 관한 실질 토의에서 다수가 한국가입에 찬성한다 해도 한국 가입이 불가능하리라는 것은 거의 예상했던 사실.
남북한의 합의가 없는 한 소·중공의 거부권 행사가 분명한 때문이다.
문제는 왜 외무부가 이처럼 기대치가 적은 상황 속에서도 신청을 했느냐는 것.
한국이 지난번 가입 재심요구를 내자 일부 미국 신문은 「미국 종용」을 말했고 한국가입 신청으로 미국은「베트남」가입에 「비토」할 명분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결국 한국 가입신청은 미국의 「유엔」전략을 위한 방면으로 나왔고 다른 나라 가입을 방해하려던 꼴만 됐으므로 국제 외교 무대에서 상처만 입었을 뿐이라는 비난마저 나왔다.
외무부 견해는 물론 다르다. 미국 종용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한국의 「이니셔티브」에 의해 미국을 한국가입 문제에 끌어맸으며 바로 이 점이 성과라는 주장-.
김정태 정무차관보는 『남북「베트남」이 가입 신청을 했는데도 한국 정부가 아무 행동도 않았다면 곤란한 일』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외교 흥정엔 주고받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남북 월만 일단 「유엔」에 가입해 버리고 나면 차후 한국 가입에 관한 「흥정」이 벌어질 때는 서방측이 공산측에 「양보」할 것이 없이 얻으려고만 하는 폭이되 불리해 진다는 얘기. 한 소식통은 『막차 떠나기 전에 손든 셈』이라고 한국 가입을 설명했다.

<지지국 당초 예측은 5개국>
한국의「유엔」가입 신청 재심요청은 지난3월 김동조 외무장관과 「키신저」미 국무장관의 「워싱턴」회담 때 구상됐다는 김 장관의 뒷 얘기. 김 장관은 당시 「키신저」에게 ①한국의 「유엔」가입 신청 ②주한 미군과 주한 「유엔」군을 분리해서 「유엔」사를 해체토록 하자는 의견을 제시, 서로 의견일치를 보았다는 것.
그러나 남북월 가입과 일괄 타결을 노리고 한국 가입안을 제출하는 데에는 미국의 거부권 행사 활약이 불가결의 전제조건. 미국의 이 같은 「확약」은 한국이 가입 재심을 요청한 지난달 30일 직전에야 이루어졌고 그래서 외무부는 안보리 구성 성분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주장.
한우석 방교 국장은 당초 △지지5 △반대5 △유동5로 보았다는 것. 외무부가 본 확실한 찬성 5개국은 미·영·일·이·「코스타리카」.
표결 결과는 한국 지지가「프랑스」와 중립국인 「스웨덴」이 가세함으로써 7개국으로 늘었으니 그런 점에선 오히려 성공이 아니냐는 진반 농반 김 장관 주장.
그러나 승산을 점치지도 못하면서 가입 요청을 하는 것은 「마이너스」측 문만 넓게 해 주는것이 아니냐는 반면에는 뾰족한 해명이 없다.

<「한국조항」 후퇴된 인상>
「유엔」문제에 전력투구를 하고 있는 한국 외교에 「미끼」일본 수상과 「포드」미 대통령간에 합의된 공동 신문 발표문이 한국 조항에 「닉슨」-「사또」 성명에서 물러서 부분수정을 가져온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점을 안겨 줬다.
공동성명도 아닌 공동신문 발표문으로 격하된 데다 ▲ 「한국 안전은 일본의 안전에 「긴요하다」가 「긴요하다」대신 「필요하다」로 바뀐 점 ▲ 「한국의 안전은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평화와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표현해 일본에 국한 시켰던 개념을 모호하게 만든 점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외무부는 공동 발표문에 대한 논평을 준비했다가 보류, 불발로 끝났다. 그 이유는 작년의「닉슨」-「사또」 성명과 본질적인 면에서 차이가 없다는 것. 그러나 일부 외교 전문가나 신민당 의원들은 『「닉슨」-「사또」 성명의 후퇴』라며 정부의 적절한 의사 표시를 촉구하고 있는 상태. 이런「미끼」수상의 대한국관을 남북 등거리 외교와도 관련시켜 「유엔」의 풍향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리마」회의에 영향 미칠 듯>
「유엔」가입 시도가 좌절되었어도 연말까지 우리 정부는 「유엔」과 관련된 2가지 큰 난제를 앞에 놓고 있다.
첫째 지난 6월27일 서방측이 제출한 「유엔」사 해체 결의안을 둘러싼 총회 대결, 둘째 오는 25일부터 열려 남북한의 가입 문제를 다룰 「페루」의 비동맹「그룹」외상회의.
김 장관을 비롯해 외무부가 하나가 되어 「성과」를 주장하고는 있지만 이번 안보리 결정이 두 가지 난제에 미칠 영향이 전연 없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비동맹「그룹」의 공격 대상이 되어 온 미국이 그들의 「히어로」로 부각되고 있는 남북 월에 대해 「비토」권을 행사한다면 「리마」회의에서의 한국가입신청은 더욱 불리한 국면에 놓일지도 모르는 일. 다음으로 맞을 문제는 「유엔」총회 본회의와 정치위원회에서의 「유엔」사 해체 결의안 토의.
주한「유엔」군 철수를 골자로 한 북괴측 결의안도 제출 단계에까지 나가 있다.
이번 안보리 결정이 결의안 토의와 직접 관련은 없을지 모르나 불리한 심리적 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자칫하면 예각화 할 공산측 반감이 총회 분위기를 반한 쪽으로 몰고 갈 우려조차 없지 않다는 것.
총회에서의 「소수표」 「다수표」가 국운과 반드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선 외교진은 『외교에는 비판도 낙관도 금물』이라며 조심스럽게 제3「라운드」전략을 짜가고 있다. <한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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